봄이 왔다,
조용하고 눈부시게
겨울이 끝난 자리에 피어난 꽃들의 이야기. 민들레부터 목련까지, 포천 들판을 걷다 만난 봄의 첫 인사들.
땅에서 먼저 — 민들레와 제비꽃
봄의 시작은 언제나 땅 가까이에서 온다. 아직 마른 풀 사이에 비집고 나온 민들레 하나가 노란 얼굴을 내밀었다. 옆에는 보랏빛 제비꽃이 수줍게 피어 있었다. 거창한 선언 없이, 그냥 거기 있었다.
해마다 보는 꽃이지만 해마다 처음 보는 것처럼 반갑다. 겨울 내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땅이 이 작은 꽃들을 밀어올리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썼을까.


길가에서 터진 — 개나리와 진달래
채산사, 청성사 가는 길목. 표지판 아래로 나무들이 막 새잎을 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 언덕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폭발하고 있었다. 분홍 진달래와 나란히. 한국의 봄 언덕은 이 두 색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정자 옆에서 — 봄날의 풍경
전통 정자 처마 아래에 서니 작은 연못이 내려다보였다. 산과 하늘이 물에 비치고, 멀리 빨간 지붕이 보였다. 아직 벚나무들은 꽃을 피우지 않았지만, 가지 끝에 분홍빛이 맺혀 있었다. 며칠만 더 있으면.

살구꽃이 지는 자리에
살구꽃은 벚꽃보다 빨리 피고, 빨리 진다. 가지에 가득 피어 있는 살구꽃을 올려다보다가, 발 아래를 보니 꽃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지는 것도 아름다웠다. 아니, 지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것일지도.


수선화와 꽃잔디— 정원의 봄
돌 틈 사이에 수선화 두 세 송이가 피어 있었다. 크림빛 꽃잎 안에 노란 컵. 그 옆에는 꽃잔디가 보랏빛 카펫처럼 펼쳐져 있었다. 누군가 정성껏 가꾼 작은 정원이었다.





목련이 터지다 — 봄의 절정
걷다가 발을 멈추게 하는 나무가 있다. 백목련이었다. 아직 잎 하나 없는 가지에, 크림빛 꽃들이 하늘을 향해 잔뜩 벌려져 있었다. 올려다보고 있으면 하늘과 꽃이 구분이 안 된다.
목련은 화려하지만 겸손하다. 소란스럽지 않게 피어 있다가, 소란스럽지 않게 진다. 그 며칠이 봄의 가장 깊은 순간이다.







봄은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
민들레부터, 제비꽃, 개나리, 진달래, 살구꽃, 수선화, 그리고 목련.
차례차례, 릴레이처럼.
그 모든 꽃이 피고 지는 두세 주 동안
우리는 가장 살아있는 계절 안에 있다.
'플랜테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화분 속 식물이 자꾸 죽는다면? (0) | 2026.04.09 |
|---|---|
| 땅에서 피어오른 봄 꽃잔디가 지천인 4월의 아침 (0) | 2026.04.08 |
| 우리집 살구나무 봄이 피어나다 (2) | 2026.04.07 |
| 돈 한 푼 안 쓰고 내 식물 살리는 법 냉장고 속 숨겨진 천연 비료들 (0) | 2026.04.07 |
| 겨울을 견딘 뿌리들 봄을 향해 숨을 고르다 (2) | 2026.04.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