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봄 포천 5일장과 꽃들의 속삭임
2026년 4월, 포천 · 산책하는 사람
비가 내리는 날, 굳이 나선 이유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렸다. 우산을 챙기며 잠깐 망설였지만, 마침 오늘은 포천 5일장 날. 비가 와도, 아니 비가 오기 때문에 더 가고 싶었다.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장날의 풍경, 빗물에 젖은 천막과 꽃들 그 조용한 생동감이 떠올랐다.
카메라 하나 들고 길을 나섰다.
조팝나무 빗방울을 온몸으로 받아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붙잡은 건 길가의 조팝나무였다.
아직 다 피지도 않은 하얀 꽃봉오리들이 빗물을 머금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붉은 줄기 위로 올망졸망 맺힌 꽃봉오리들, 그리고 초록 잎 위에서 굴러다니는 빗방울들. 렌즈를 들이대자 세상이 온통 초록과 흰색으로만 가득 찼다.
조팝나무는 화려하지 않다. 그냥 소소하게, 조용히 핀다. 그래서인지 빗속에서 더 어울렸다. 꾸밈없이 봄을 알리는 꽃.
비를 맞아야 더 빛나는 것들이 있다.



왕벚꽃 흐린 하늘 아래서도 찬란하게
포천천 제방 위로 이어진 왕벚나무 길을 걸었다.
잿빛 하늘 아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끝도 없이 늘어선 벚꽃나무들. 화창한 날이었다면 분홍빛이 더 화사했겠지만, 오늘의 흐린 하늘은 오히려 벚꽃을 더 몽환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빗물에 젖은 도로 위로 꽃잎들이 간간이 떨어지고, 저 멀리 아파트 단지가 안개 속에 흐릿하게 보였다.
아무도 없는 자전거 길을 혼자 걸으며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
다리 아래를 지나니 도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 터널, 그 사이로 자전거를 타는 두 사람의 실루엣. 비 오는 날에도 봄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




포천 5일장 비 와도 장은 선다
강을 건너자 천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포천 5일장이다.
강변 둔치를 따라 알록달록한 천막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파란 것, 흰 것, 빨간 것 비 오는 날씨에도 장사꾼들은 어김없이 자리를 펼쳤다. 트럭마다 짐을 가득 싣고 와서 저마다의 살림살이를 꺼내놓은 모습이 정겨웠다.
섶다리(징검다리)를 건너 장 안으로 들어갔다. 납작하고 넓은 돌들이 일렬로 늘어선 그 다리가 참 마음에 들었다. 물이 불어 돌 위를 아슬아슬하게 밟으며 건너는 재미도 있었다.
장 안은 비에도 불구하고 나름 활기찼다. 옷가지, 신발, 생활용품들 사이로 사람들이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며 구경했다. 빗속에서도 흥정은 계속됐다.






장에서 만난 봄의 씨앗들
장에서 가장 마음이 설렌 곳은 모종 파는 자리였다.
까만 트레이 위에 가지런히 앉은 모종들 파, 상추, 고수, 비트, 쑥갓, 케일… 저마다 손으로 쓴 가격표를 꽂고 있었다. 이 소박한 가격표 하나에 봄 텃밭의 설렘이 담겨 있었다.
꽃 파는 천막도 있었다. 선명한 핫핑크 빛의 패랭이꽃들이 비를 맞으며 활짝 피어 있었다. 화려하고 강인한 그 색깔이 우중충한 날씨와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눈이 절로 즐거워졌다.


마지막 박태기나무, 봄의 절정
장을 나와 돌아오는 길, 발길을 멈추게 만든 나무가 있었다.
박태기나무. 잎도 없는 앙상한 가지에서 직접 피어난 진분홍 꽃봉오리들. 빗물이 맺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 나무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잎이 나오기도 전에, 줄기에서 곧장 터져 나오는 저 꽃들. 준비도 없이 봄을 향해 뛰어드는 것 같아서 괜히 뭉클했다.


에필로그
비 오는 날의 외출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조팝나무의 빗방울, 몽환적인 벚꽃 길, 소박하고 따뜻한 장터의 풍경, 그리고 박태기나무의 보랏빛 봄. 흐린 날씨가 오히려 모든 것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 하루였다.
가끔은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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