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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80년 전 도면 한 장이 손끝에서 되살아나다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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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le Model · 선박 모형

80년 전 도면 한 장이
손끝에서 되살아나다

S.S. Eurimbla 프라모델 제작기  도면부터 완성까지

Scale Modeling · 1:160 · 완성까지 약 수개월

낡은 청사진 하나로 시작된 집착. 331피트짜리 화물선이 30센티미터짜리 모형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철학적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S.S. Eurimbla의 일반 배치도(General Arrangement). 1940년대 오스트레일리아 해역을 누볐던 이 화물선의 흔적이 담긴 도면 한 장을 손에 쥐는 순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배 한 척을 직접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S.S. Eurimbla · General Arrangement Drawing · 1940s
원본 청사진 331'-0" B.P. / 47'-9" Mo / 26'-1" Mo. 스케일 8분의 1인치 = 1피트

배를 알아야 모형을 만든다
도면을 처음 펼쳤을 때의 압도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선수(船首)부터 선미(船尾)까지 빼곡하게 채워진 치수와 기호들. Aft Peak, Water Ballast, Fore Hold, Bunker…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수두룩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전장 (B.P.)
331 피트
선폭 (Moulded)
47'-9"
깊이 (Moulded)
26'-1"
모형 스케일
1:160
Eurimbla는 전형적인 트램프 화물선(Tramp Steamer) 양식으로, 두 개의 마스트와 중앙의 굴뚝이 특징이다. 뱃머리의 플레어와 선미의 완만한 곡선, 갑판 위로 삐죽 솟은 크레인 붐들이 시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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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단계별 기록
01. 선체 기본 조립  뼈대를 세우는 시간
도면을 스캔하고 1:160 스케일로 출력한 뒤, 각 부위별 치수를 하나씩 확인했다. 선체 프레임을 잡고 상부 구조물(Superstructure)의 위치를 결정하는 단계가 가장 까다로웠다. 특히 중앙 기관실 앞뒤로 배치된 화물창(Hold) 4개의 위치가 0.5mm만 어긋나도 전체 비율이 이상해진다.

기본 조립 완료 단계 백색 프라이머 상태
프라이머 처리 직후. 아직 도색 전이지만 선체의 입체감과 디테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02.디테일 추가  수백 개의 작은 결정들
난간(Railing), 크레인 붐, 통풍관(Ventilator), 구명보트 다빗(Davit)… 이 단계에서는 핀셋과 돋보기가 필수 도구가 된다. 특히 선수의 앵커 체인 홀더와 선미의 조타 기어를 재현하는 데 각각 반나절 이상을 썼다.

모델러 노트
마스트와 붐 사이의 리깅(Rigging) 와이어는 낚싯줄 0.1mm를 사용했다. 도면을 기준으로 각도와 장력을 맞추는 작업이 예상보다 3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와이어가 팽팽하게 당겨져야 실제 선박처럼 보인다.

03 . 에어브러시 도색 색이 배를 살린다.
에어브러시와 도색 부스를 세팅하고 각 파트를 분리 도색했다. 선저(선박 아랫부분)는 짙은 적갈색(Anti-fouling Red), 상부 선측은 흑색, 갑판은 목재색. 굴뚝은 황색 계열로 당시 Union Steamship Co. 도색 방식을 참고했다.

🎨 에어브러시 도색 작업 중  파트 분리 상태
각 파트를 스펀지 지그에 꽂아 고정한 뒤 에어브러시로 도색. 도색 부스가 없으면 집안이 페인트로 뒤덮인다.

04. 워싱 & 웨더링 세월의 흔적 더하기
깨끗하게 도색된 모형은 오히려 어색해 보인다. 패널 라인을 따라 묽게 희석한 암갈색 물감을 흘려보내는 '워싱' 작업으로 깊이감을 만들고, 드라이브러싱으로 모서리를 밝게 처리했다. 굴뚝 주변의 그을림 효과는 파스텔 가루를 솔로 문질러 표현했다.

05. 완성 & 거치대 설치
마호가니 색상 나무 받침대에 동판 명패를 달고 모형을 얹었다. 'S.S. EURIMBLA — Based on 1940 Arrangement Plan' 이라는 명패 문구를 새기는 순간, 6개월간의 작업이 비로소 마무리되었다.

"도면 속에 잠들어 있던 배 한 척을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두는 일 
그것이 스케일 모델링의 본질이다."

완성된 모형  두 가지 버전
흥미롭게도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같은 도면으로 두 가지 해석을 시도했다. 첫 번째는 짙은 흑색 선체에 황색 굴뚝의 클래식한 상업 선박 도색, 두 번째는 백색 기반의 깔끔한 버전. 두 모형 모두 유리 케이스에 넣어 전시하니 각각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처음 도전하는 분들께
선박 모형 입문자라면 먼저 도면 읽는 법부터 익히길 권한다. 일반 배치도(General Arrangement)의 측면도, 평면도, 단면도를 함께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리고 절대 서두르지 말 것. 접착제가 완전히 굳기 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반드시 후회한다.

수개월 동안 책상 위에 펼쳐두었던 도면은 이제 모형 옆에 나란히 액자에 걸려 있다. 도면과 모형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 같다. S.S. Eurimbla가 실제로 항해했던 바다는 볼 수 없지만, 이 작은 모형 안에 그 시절의 공기가 조금은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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