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가려면, 잠깐 멈춰야 한다
— 테이퍼링 효과의 비밀
열심히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결승전 직전에 오히려 훈련을 줄인다. 이 역설적인 전략이 당신의 일상과 직장에 적용된다면?
"더 많이, 더 빨리, 더 열심히." 우리는 이 세 마디를 성공의 공식처럼 믿어왔다. 하지만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전호겸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게 아닐 수 있습니다."
원래 테이퍼링(Tapering)은 경제 용어다.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 즉 시장에 돈을 잔뜩 풀던 정책을 —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 개념이 스포츠 훈련법, 기업 전략, 조직문화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육상·수영 같은 종목의 세계적인 선수들은 결승전 직전에 훈련량을 확 줄인다. 평소 10시간 훈련하던 선수가 대회 전에는 1~2시간만 가볍게 한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의 테이퍼링이다.
마라톤 선수의 테이퍼링 타임라인
역설처럼 보이지 않는가? 더 오래 달려야 하는 레이스일수록, 더 일찍 그리고 더 오랫동안 훈련을 줄인다. 이걸 "전략적 숨 고르기"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매일 전력 질주하던 선수가 갑자기 쉬면 근육이 빠지는 것 같고, 컨디션이 떨어진 것 같은 묘한 불안감이 찾아온다. 이걸 "테이퍼링 블루스"라고 부른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줄이 마르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빠지고 투자자들이 공포에 빠진다 — 이른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다.
하지만 이 불안감을 견뎌내면? 거품이 빠지고 진짜 체력이 살아난다. 마라톤 선수는 당일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하고, 경제는 장기적 지속 성장 궤도에 오른다.
밤새우는 꼴찌 학생의 차이가 바로 테이퍼링이다."
— 전호겸 교수
1997년 애플로 복귀한 잡스가 마주한 건 10여 종의 맥킨토시 제품군과 각종 주변기기들의 혼돈이었다. 그의 선택은? 과감한 제품 테이퍼링 — 가지치기. 10여 종을 단 4개(전문가용/일반인용 × 데스크탑/휴대용)로 압축했다.
당장은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그 에너지를 혁신에 집중하자, 우리가 아는 애플이 탄생했다. 파레토 법칙 — 이익의 80%는 상위 20%의 핵심 제품에서 나온다 — 을 꿰뚫어본 결정이었다.
애플 잡스의 제품 테이퍼링
10여 종 → 4개로 압축. 비핵심을 걷어내자 혁신에 집중할 에너지가 생겼다.
쇼피파이의 회의 테이퍼링
3인 이상 정기 회의를 전면 삭제. 1만 개의 회의가 사라지고 생산성이 올랐다.
국내 대기업의 업무 테이퍼링
회의 시간 25% 감축 + 절반을 비대면 전환. 오가는 시간을 아꼈다.
아마존의 PPT 테이퍼링
파워포인트 금지령. 형식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문제는 혼자 하기 어렵다는 것. "이 회의, 별 의미 없는데 안 들어가도 될까요?" 상사에게 이 말을 꺼내는 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그래서 테이퍼링은 개인보다 조직과 리더가 함께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도 지금 당장 나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 오늘 할 일 목록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 목록을 먼저 만들기
- 습관적으로 참석하던 회의 중 실질적 의사결정이 없는 것 파악하기
- 중요한 발표나 마감 직전, 의식적으로 업무 강도를 낮추는 시간 설계하기
- 쓸데없는 보고서, 중복 업무를 리더에게 제안 형식으로 줄이기 요청하기
(평소 훈련)
(테이퍼링)
(결승전 당일)
러닝머신 위에서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중요한 건 방향과 타이밍이다.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잠깐 뒤로 당기는 시간 — 그게 테이퍼링이다. 오늘, 당신의 러닝머신에서 한번 내려와보는 건 어떨까?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당신의 조직에서 테이퍼링할 수 있는 한 가지를 떠올려보세요.
회의 하나? 보고서 하나? 야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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