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짜리 칩"으로
세계에 반란을 일으키다
KAIST·MIT 출신, 인텔·스페이스X·모건스탠리를 거친 박성현 대표가 왜 한국으로 돌아와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창업했나
"소금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화려한 이력이었다. KAIST 학사, MIT 박사, 인텔 엔지니어, 스페이스X 위성 통신팀, 그리고 모건스탠리의 FPGA 칩 설계 임원. 어느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커리어라 부를 수 있는 타이틀들. 그런데 박성현은 미국 11년 내내 갈증을 느꼈다고 말한다.
"물을 마셔야 하는데 자꾸 소금물을 먹는 것 같았습니다. 내 프로젝트, 내 프로덕트, 내 팀 — 이 세 가지가 늘 마음속에 있었어요."
—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2020년, 그는 영주권을 가진 채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토양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리벨리온(Rebellions) — 직역하면 '반란들'이다. 엔비디아의 독주에, AI 시대의 기존 질서에, 한국 스타트업의 한계에 반기를 드는 이름.
숫자로 보는 성장
직접투자 기업 선정
ARM · 아람코 포함
2024년 103억원
GPU vs NPU — 왜 다른 칩이 필요한가
엔비디아의 GPU는 '만능 선수'다. 트레이닝, 추론, 비트코인 채굴, 3D 렌더링 — 모든 종류의 병렬 연산을 소화한다. 그 유연성이 곧 엔비디아의 위대함이다. 하지만 리벨리온이 만드는 NPU(신경망처리장치)는 전략이 다르다.
GPU (엔비디아 방식)
NPU (리벨리온 방식)
ChatGPT나 클로드에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그 순간 — 이것이 '추론(Inference)'이다. AI 모델을 처음 만드는 '훈련(Training)'과 달리, 추론은 24시간 365일 수억 명의 사용자를 상대한다. 리벨리온은 바로 이 무대에서 엔비디아보다 전력 효율과 가격 효율이 뛰어난 칩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반란의 연대기
창업 — 리벨리온 설립
박성현 대표 포함 5인의 공동창업자. 미국이 아닌 한국을 택한 이유는 단 하나, "반도체 생태계".
시리즈A — 싱가포르 테마섹 투자 유치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글로벌 스탠다드 투자 계약서 체결. 이후 모든 글로벌 투자의 관문이 열렸다.
ATOM 칩 출시 — 대한민국 최초 서버향 AI 반도체
MLPerf 벤치마크에서 비전모델 기준 퀄컴 · 엔비디아 대비 3배 이상 성능 입증. KT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공급.
아람코 투자 유치 — 대한민국 스타트업 최초
중동 소버린 AI 인프라 수요를 잡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타워 양쪽에 리벨리온 광고가 올랐다.
시리즈C 3,500억 + ARM 전략적 투자
아시아 기업 최초로 ARM의 투자를 받다. 기업가치 1.9조원. 차세대 칩 '리벨쿼드(REBEL-Quad)' Hot Chips 2025에서 공개.
국민성장펀드 1호 직접투자 + 기업가치 3.4조원
6,400억 프리IPO 라운드 완료. "엔비디아 하이엔드와 동급" 차세대 NPU 성능 공개. SK텔레콤과 MOU 체결.
삼성·하이닉스가 있는데,
왜 또 반도체 스타트업인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박성현 대표의 답은 명쾌하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대체 불가능한 기둥이다. 하지만 기둥만으로는 집이 완성되지 않는다."
대기업이 못하는 것
리스크 매니지먼트 구조상, 대기업은 "오늘 결정하고 내일 바꾸는" 속도전을 할 수 없다. 팹리스의 핵심은 아이디어의 속도다.
한국의 숨겨진 자산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반도체 인재풀과 생산 생태계. 이걸 '레버리지'할 팹리스가 바로 한국에 필요한 다음 플레이어다.
소버린 AI의 물결
사우디, 유럽, 중동 — 엔비디아 아닌 옵션을 원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식량 안보처럼 AI 칩도 자국 공급망이 필요해졌다.
메모리 위의 빈 공간
SK하이닉스·삼성이 메모리를 장악한다. 하지만 그 위의 NPU·GPU 영역은 아직 한국 기업이 없다. 리벨리온이 노리는 자리다.
"실패도 큰일이다" — 왜 이 말이 중요한가
천억 원을 들여 칩을 만들면서 박성현이 했던 말이 있다. "성공하면 대단하고, 실패해도 엄청난 일입니다." 처음엔 역설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 맥락을 들으면 이 말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된다.
"10번의 실패가 필요한 기술이라면, 리벨리온이 5번을 해주면 후배 기업들이 나머지 5번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실패가 중간 지점이 되어야 합니다."
— 박성현 대표그리고 그는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쓴소리를 던진다. 사회 전체로 보면 100개의 창업 중 2~3개가 성공해도 좋다. 하지만 실패한 97개의 개인들은 어떻게 되는가. "실패하면 감옥 간다"는 분위기, 재기할 제도적 기반의 부재 — 이것이 다음 세대의 창업을 막는 진짜 장벽이라고 그는 말한다.
중국을 보라 — 다음 5년의 경고
박성현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뜻밖에도 '중국'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한 그가 왜 중국을 경계하라고 했을까.
지금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앞으로 2~3년은 "한민족 역사상 최고의 호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너무 잘되기 때문에 약점이 가려진다. 중국은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반도체 + AI + 피지컬 AI까지 묶어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이 호황의 시간에 번 돈을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10년 후 대한민국 반도체의 운명을 결정한다.
"리벨리온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 MIT 반도체공학 박사
우리 후배 기업들이 그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면
저희 실패는 그 길을 닦아주는 중간 지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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