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니크경제이야기

유행의 반감기 왜 우리는 더 빨리 질리는가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6. 7.
728x90
반응형
 

유행의 반감기 왜 우리는 더 빨리 질리는가

지난 설 연휴,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두쫀쿠 먹어봤어? 줄 엄청 길던데." 그래서 찾아가 보니 가게 앞에 웬 빈 액자 하나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입간판이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 카페에 요즘 핫한 ___ 있습니다."

네모 안이 그냥 비어 있었다. 카페 사장님이 적어둔 사연인즉슨, 유행이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어차피 새 메뉴가 생길 테니 아예 블랭크로 남겨뒀다는 것. "지금 카페 안에는 이미 한물간 메뉴도 있으니 둘러보시라"는 말과 함께. 2백만 뷰를 넘긴 이 입간판 사진은, 어쩌면 지금 시대 트렌드 경제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담은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반응형

반감기라는 개념을 음식에 쓰는 시대

방사성 물질에 쓰던 '반감기'라는 단어를 디저트에 적용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지금 데이터를 한 번 보자.

네이버 데이터랩의 주요 디저트 검색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유행했던 크로플은 검색량이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절반으로 감소하기까지 163일이 걸렸다. 2023년 탕후루는 54일, 그리고 2026년 초 두쫀쿠는 단 17일 만에 검색량이 반토막 났다.

위 차트가 보여주는 것처럼, 5년 사이 유행의 수명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4년 두바이 초콜릿의 반감기는 13일에 불과했다. 이쯤 되면 유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냥 '순간'이다.


왜 이렇게 빨라졌나: 소비가 퍼짐보다 빠른 세상

예전에는 유행이 입소문을 타고 천천히 번졌다. 서울 홍대에서 시작된 음식이 지방 도시까지 전달되는 데 몇 달이 걸렸고, 그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롱런'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주원인으로 SNS 중심의 소비 패턴과 낮아진 공급 장벽을 꼽는다. 맛을 음미하기보다 숏폼 콘텐츠를 위한 '인증용 소비'가 주를 이루다 보니 한 번 소비가 끝나면 발길을 끊는다는 분석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에서 두쫀쿠 영상을 보는 순간, 전국 수백만 명이 동시에 "나도 먹어봐야지"를 생각한다. 퍼지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문제는 소비되는 속도도 덩달아 빨라졌다는 것. 유행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만 먹어보지 못했다는 소외감이 소비자들의 불안을 자극하며 오랜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하게 만든다. 전국민이 한꺼번에 몰려와 경험하고,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인증'이 끝나면 관심도 끝이다.


자영업자에겐 지뢰밭

두쫀쿠의 핵심 재료인 피스타치오 가격은 고환율과 맞물리면서 단기간에 2배 이상 올랐다. 한 자영업자는 "지난해 8월에 1kg당 3만원이던 피스타치오가 지난달에는 7~8만원이었다"고 말했다.

두쫀쿠를 판매한 사업장의 경영지수는 정점 당시 평소 대비 약 350까지 치솟았다. 평소 일 매출 100만원이던 매장이 300만원을 찍은 셈이다. 하지만 두쫀쿠 판매 업장의 월평균 판매량은 정점 이후 급감했다.

탕후루의 전례는 더 극적이다. 대표 탕후루 프랜차이즈인 '달콤왕가탕후루'의 가맹점 수는 2022년 43곳에서 2023년 531곳으로 12배 이상 늘었지만, 2024년에는 150곳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유행을 타고 창업했다가 유행이 꺾이면 직격탄을 맞는 구조가 반복된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트렌드를 관측하는 전문가들은 한 가지 지표를 주목하라고 말한다. 검색량이 피크에 도달하기 전, 숏폼 영상 조회수가 50만 회를 넘기는 시점이다. 그 타이밍에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검색량이 폭발한 뒤에는 이미 늦는다.


반짝과 스테디의 차이: 경사도를 보라

같은 검색량 100만 건이라도 어떤 음식은 반짝 사라지고, 어떤 음식은 꾸준히 살아남는다. 두쫀쿠와 마라탕의 차이가 바로 그렇다. 둘 다 검색량 피크가 있었지만, 마라탕은 지금도 배달앱 단골 메뉴다.

그 차이를 가르는 건 '경사도'다. 두쫀쿠나 버터떡처럼 한 달 안에 수직 상승했다 수직 하강하는 것과, 요거트 아이스크림처럼 6개월에 걸쳐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올라오는 것은 같은 검색량 100만 건이어도 의미가 전혀 다르다. 마치 주식 차트처럼. 펀더멘털 없이 기대감만으로 급등한 주가는 결국 빠르게 꺾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 하나, 음식이 '일시적 호기심'을 건드리냐, '근본적인 욕구'를 건드리냐의 차이도 크다. 두쫀쿠는 '신기한 식감'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마라탕은 '맵고 자극적인 것을 먹고 싶다'는 꽤 오래된 인간의 욕망을 건드렸다.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 — 이런 근본 욕망에 가까운 트렌드일수록 오래간다.


취미와 굿즈는 다르다

흥미롭게도 음식 외의 분야는 다른 패턴을 보인다. 취미 트렌드의 경우 평균 지속 기간이 439일에 달하고, 한 번 꺾였다가 다시 반등하는 '쌍봉낙타' 형태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취미는 올림픽 같은 대형 이벤트를 기점으로 재점화되기도 한다.

굿즈(키링, 인형, 뽑기 등)는 더 흥미롭다. 평균 500일 이상 지속되는 이 카테고리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수집'의 영역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조금만 다른 디자인, 조금만 다른 콜라보가 나와도 다시 사고, 희귀한 것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한 번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사게 만드는 구조다.


결국 남는 질문: 뜰까 말까보다 왜를 봐야 한다

유행의 속도를 쫓다 보면 우리는 자꾸 '다음엔 뭐가 뜰까?'를 묻게 된다. 우베? 크로플의 귀환? 아직 나오지 않은 무언가?

하지만 진짜 통찰은 그 안에 없다. 두쫀쿠가 뜬 이유, 마라탕이 살아남은 이유, 굿즈가 수집품이 된 이유 — 그 모두의 밑에는 '인간이 원하는 것'이 깔려 있다. 자극, 인증, 소속감, 건강, 표현, 수집의 기쁨. 이 욕망들은 유행이 와도 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에 뜰 음식을 맞히는 것보다, 어떤 욕망이 아직 충분히 충족되지 않고 있는가를 보는 게 더 가치 있는 질문이다. 비워둔 카페 입간판처럼, 유행의 이름보다 그 이름이 채워질 욕망의 공간을 먼저 읽어야 한다.


 

데이터 출처: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 이데일리·이투데이·서울신문 분석 보도, 한국신용데이터(KCD)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창조적이고 유니크한 와인병다육이의 세상사는 이야기

kenny762.tistory.com

 

반응형
사업자 정보 표시
유니크 | 최웅규 |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청성사길 31 | 사업자 등록번호 : 611-18-01236 | TEL : 010-7227-7312 | Mail : kenny762@naver.com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20-경기포천-0380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