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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이야기

건초더미를 통째로 사라 3펀드 포트폴리오로 40년을 버텨낸 남자의 이야기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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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초더미를 통째로 사라 3펀드 포트폴리오로

40년을 버텨낸 남자의 이야기

"바늘을 찾으러 건초더미를 뒤질 필요가 없다. 건초더미 자체를 사버리면 된다."
존 보글 (Vanguard 창업자)

프롤로그: 주식 커뮤니티의 전설, '버그레드의 왕'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는 각종 고수들이 넘쳐난다. 단타의 달인, 테마주의 귀재, 차트를 신처럼 읽는 고수들. 그런데 그 커뮤니티에서 진짜 전설로 불리는 인물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테일러 레리모어(Taylor Larimore). 별명은 '보그레드의 킹', 즉 '버그레드의 왕'. 1998년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인물은, 86년도부터 투자를 해온 100세가 넘은 참전용사 노인이다. 그리고 그가 평생 40년 넘게 사용한 전략은 딱 하나였다.

인덱스 펀드 3개.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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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택한다는 것

요즘 국내 ETF만 해도 1,000개가 넘는다. 미국 나스닥 2배 레버리지, 반도체 섹터 ETF, AI 테마, 배당 성장주, 고배당 커버드콜... 선택지는 넘쳐나고, 유튜브는 매일 새로운 '이 달의 필승 종목'을 쏟아낸다.

그런데 레리모어 할아버지는 딱 잘라 말한다.
"다 필요 없어. 3개면 충분해."
그 3개란 무엇인가?

① 미국 전체 주식 인덱스 — S&P 500이나 그보다 넓은 미국 전 증시를 아우르는 펀드
② 미국 제외 전 세계 주식 인덱스 — 유럽, 아시아, 신흥국 등 나머지 세계
③ 미국 전체 채권 인덱스 — 국채, 회사채, 지방채를 망라한 미국 채권시장 전체

이게 이른바 3펀드 포트폴리오(Three-Fund Portfolio)다. 레리모어의 책 제목도 바로 『보글헤드의 3펀드 포트폴리오』다.
단순하다.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의심이 든다. 과연 이게 진짜 효과가 있는 전략일까?

숫자가 말하는 진실: 인덱스는 왜 이기는가?

많은 사람들이 인덱스 투자를 '그냥 평균을 사는 것'이라고 얕본다. 맞다. 인덱스 투자는 시장 평균을 산다. 그런데 문제는, 그 평균이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들을 이긴다는 것이다.

S&P 500 지수를 20년 이상의 장기 기간으로 놓고 보면, 연평균 수익률은 약 10%에 수렴한다. 물론 어떤 10년은 지지부진한 박스권이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20~30년의 긴 시간 앞에서 결국 시장은 우상향해왔다.

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주식시장 100년을 분석했더니, 지수 전체를 끌어올린 종목은 전체의 1%에 불과했다. 나머지 99% 중 절반 이상은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그 강력한 1%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이 전체를 끌어올린 것이다.

문제는, 당신이 그 1%를 20년 전에 미리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아무도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의 신이 될 줄 몰랐다. 그 1%를 찾으러 건초더미를 뒤지는 대신, 건초더미 전체를 사버리면 1%도 자동으로 포함된다. 그게 인덱스의 본질이다.

그러면 코스피는 어떨까? 1980년에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현재 약 8,000을 넘었다. 같은 해 S&P 500은 110 수준이었는데, 지금 5,500을 넘어섰다. 절대적인 숫자는 다르지만, 장기적인 흐름에서 한국 시장도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차이는 박스권의 길이다. 미국은 박스권이 짧고, 한국은 길다. 하지만 20~40년의 시야로 보면 결국 비슷한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찰리 멍거의 아이러니한 선택

워렌 버핏의 평생 파트너,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버크셔 해서웨이를 키운 세기의 투자 대가. 그가 대주주로 있던 데일리 저널(Daily Journal)이라는 법률신문사가 있다.

미국은 퇴직연금(401k)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다. 즉, 데일리 저널 직원들은 세계 최고 투자자가 직접 운영하는 회사 주식을 퇴직연금으로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데일리 저널의 퇴직연금에는 딱 하나의 상품만 있었다.

S&P 500 인덱스 펀드.

찰리 멍거 본인은 개별 종목 투자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자기 회사 직원들의 퇴직연금은 인덱스 펀드 하나만 넣어뒀다. 왜일까?

"사람들이 개별 종목에 대해서 느끼는 심리적 부대낌,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조차 일반인들에게는 '가만히 인덱스나 사세요'를 추천한 셈이다.

포모(FOMO)라는 인간의 숙명

인덱스 투자의 가장 큰 적은 외부 시장이 아니라 내 안의 감정이다.

친구가 반도체 ETF로 6개월 만에 50%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나는 인덱스만 갖고 있는데, 저렇게 화끈하게 버는 사람들은 뭐야?' 이 감정이 바로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다.

찰스 킨들버거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 친구가 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내 삶의 안정과 편안함을 심하게 침범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이다.

찰리 멍거는 한술 더 떴다. "탐욕보다도 더 나쁜 감정은 질투다."

그렇다고 '질투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돌 위에 씨 뿌리기다.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는 없다.

대신, 실용적인 해법이 있다.

두 개의 계좌 전략: 천천히 부자 계좌 vs. 빨리 부자 계좌

벤자민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에서 이미 수십 년 전에 이 문제의 해답을 제시했다. 인간의 투기성은 거부할 수 없으니, 계좌를 분리하라는 것이다.

천천히 부자가 되는 계좌 — 연금저축, IRP, 퇴직연금. 세액공제 한도도 정해져 있고, 레버리지도 안 되고, 개별 종목도 제한적이다. 어차피 구조적으로 느리게 갈 수밖에 없다. 이 계좌에서는 3펀드 포트폴리오나 TDF(타겟 데이트 펀드) 같은 분산 투자 전략을 써라.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계좌 — 별도의 일반 증권 계좌를 만들어라. 여기에 일정 자금을 넣고, 절대 추가 증액하지 말고, 그 자금 안에서만 테마주도 하고 레버리지도 해라.

이것이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의 현명한 활용이다. 마음의 계좌를 분리해서 감정의 충돌을 구조적으로 막는 것이다.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가만히 앉아 있어라"

인덱스 투자는 방어막이 없다. 시장이 반토막 나면 내 계좌도 반토막 난다. 그게 싫으면 채권 비중을 높여서 충격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레리모어 할아버지가 주식 커뮤니티에서 전설이 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시장이 폭락할 때마다 겁에 질려 '지금 팔아야 하나요?'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러면 그 노인은 하나하나 댓글을 달았다.

"내가 다 해봤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 떨어졌지? 피하지 마. 더 사. 또 한 살 지나간다. 또 한 살 지나가."

참전용사 출신의 그가 투자 커뮤니티에서 수십 년간 개인들에게 심리적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다. 그것이 투자 철학이 되고 책이 되었다.

이 전략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것이다.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가만히 앉아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한국 투자자에게 적용한다면

미국인 레리모어의 전략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미국인에게 S&P 500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집합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회사들은 전 세계에서 돈을 번다. 그러니 S&P 500 하나면 이미 세계에 분산된 셈이다.

반면 한국 투자자는 다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나라고, 주식·채권·외환 모두 개방된 작은 시장이다.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때 타깃이 되기 쉬운 신흥국 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 투자자에게는 해외 비중을 더 높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견해가 많다. 3펀드 포트폴리오의 컨셉을 가져오되, 미국 전체, 전 세계(미국 제외), 그리고 채권의 비중을 자신의 나이와 리스크 허용 범위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나이 법칙도 참고할 수 있다. 채권 비중 = 100 - 나이. 30세라면 주식 70%, 채권 30%. 60세라면 주식 40%, 채권 60%. 물론 이는 출발점일 뿐이다. 본인의 리스크 허용도가 높다면 주식 비중을 더 높이고, 낮다면 채권이나 예금 비중을 더 가져가면 된다. 20~30대라면 사실상 100% 주식으로 가도 무방하다.

에필로그: 투자의 승리는 반드시 화끈할 필요가 없다

워렌 버핏이 2008년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10년짜리 내기를 했다. 버핏이 선택한 것은 S&P 500 인덱스 펀드. 상대는 전문 헤지펀드들. 결과는? 버핏의 인덱스 펀드가 이겼다.

"저 종목 3배 벌었어!"라고 자랑하는 사람 옆에서 초조해질 때, 기억하자. 그 사람이 말하는 건 3개 종목 중 하나만의 수익률일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2개 얘기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덱스는 그 자체가 총수익률이다. 숨길 것이 없다.

인덱스 투자는 화끈하지 않다.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하지만 조용히, 꾸준히, 비용 적게, 감정 소모 없이 시장의 과실을 수집해나간다.

수집가처럼. 사냥꾼이 아니라.

이 글은 『보글헤드의 3펀드 포트폴리오』(테일러 레리모어 저)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는 본인 책임 하에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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