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메모를 놓는 순간, 일이 더 잘 풀리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나는 회의에 들어가면 노트북을 펼치고 모든 말을 받아 적었다. 손이 빠르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회의가 끝나고 나면 다섯 페이지짜리 메모는 남아 있는데, 그 회의에서 진짜 중요했던 한 가지는 기억나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메모를 받아 적는 것과 그 자리에 집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받아 적는 동안 내 머리는 "다음 문장을 어떻게 옮길까"에 쓰이고 있었고, 상대방의 표정이나 어조, 말 사이의 침묵 같은 진짜 신호는 다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생산성 분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점점 많이 나온다. 멀티태스킹이 실제로는 작업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키워서 집중력과 기억력을 동시에 떨어뜨린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보고돼 왔다. 회의 중 타이핑도 결국 멀티태스킹이다. 듣기와 쓰기를 동시에 하는 동안 정작 "이해하고 판단하는" 인지 자원은 줄어드는 셈이다.
그래서 최근에 워크플로우를 통째로 바꿔봤다. 핵심은 하나다. 메모는 기계에 맡기고, 나는 회의에만 집중한다. 실제로 적용해보니 회의 끝나고 후속 조치(follow-up)까지 정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분 안팎으로 줄었다.

1단계. AI 노트테이커 설치하기
먼저 회의를 자동으로 받아써 줄 도구가 필요하다. Granola 같은 AI 노트테이커는 Zoom, Teams, Meet 같은 화상회의 툴 위에서 백그라운드로 조용히 돌아간다. 봇이 회의에 따로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상대방 입장에서도 "녹음봇이 들어왔다"는 부담이 없다.
2단계. 회의 중엔 그냥 잊어버리기
이게 의외로 제일 어려운 단계다. 타이핑하지 않기, 메모 정리하려고 머리 굴리지 않기. 그냥 상대방 눈을 보고 듣는다. 처음 며칠은 손이 허전해서 어색했는데, 적응되니 회의의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3단계. 회의가 끝나면 브라우저가 아니라 앱을 연다
회의가 끝나면 웹 브라우저 탭이 아니라 Claude 데스크톱 앱을 켠다. 채팅창의 "+" 버튼을 누르면 커넥터(Connectors) 메뉴가 나온다.
4단계. 도구들을 한곳에 연결하기
여기서 Granola, Gmail, Slack을 한 번에 연결해둔다. 모델은 가능한 한 좋은 모델을 고르고, 확장 사고(extended thinking) 모드를 켜둔다. 이렇게 하면 Claude가 방금 끝난 회의 내용, 내 메일함, 팀 슬랙 대화를 동시에 참고할 수 있게 된다.
5단계. 회의 내용 불러와서 요약하기
이렇게 요청하면 된다.
"Granola에서 방금 끝난 회의 가져와서 5줄로 요약해줘. 나에게 배정된 액션 아이템을 마감일과 함께 모두 나열해줘. 내가 부딫칠 수 있는 블로커 2~5개도 짚어줘."
몇 초 안에 회의 전체가 정리된 실행 계획으로 바뀐다.
6단계. 다른 채널과 교차 확인하기
회의 내용만 보면 빠지는 게 꼭 있다. 그래서 이렇게 한 번 더 물어본다.
"이 내용을 같은 건에 대한 Gmail 스레드, Slack 대화와 교차 확인해줘."
회의에서 합의된 것 같았던 내용이 사실 메일에서는 다른 조건으로 논의되고 있었거나, 슬랙에서 이미 누군가 처리했던 일이라는 게 이 단계에서 자주 드러난다.
7단계. 후속 메일 초안 작성, 그리고 발송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후속 메일을 작성해줘. 채팅창이 아니라 Gmail에 초안으로 저장해줘."
이렇게 하면 메일함에 바로 초안이 쌓인다. 한 번 읽어보면서 내 말투에 맞게 다듬고, 보낼 곳만 확인한 뒤 발송하면 끝이다. 회의가 끝난 지 2분 만에 액션 아이템, 교차 확인, 후속 메일 발송까지 마무리되는 흐름이다.
메모를 많이 남기는 사람보다, 자리에 온전히 있었던 사람이 이긴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메모를 가장 많이 남긴 사람이 아니라, 회의 시간 내내 그 자리에 완전히 존재했던 사람이다. 그들이 메모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메모를 대신 해줄 시스템을 미리 만들어 둔 것뿐이다.
회의를 받아 적으려고 하지 말고, 회의에 제대로 나타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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