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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테리어

겨울끝자락에서 만난 순천만 국가정원 9탄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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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JOURNAL · 9TH EPISODE

겨울끝자락에서 만난 순천만 국가정원 9탄

봄기다린던 정원 그 고요한 아름다운 속에

아직 겨울인데도, 정원은 살아 숨쉬고 있었다
아홉 번째 순천만 국가정원 방문. 이미 수차례 다녀온 곳이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원은 전혀 다른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이번엔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의 경계였다.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흰 매화가 수줍게 피어나고, 황갈빛으로 물든 잔디 위로 싸늘한 바람이 불었지만, 그 안에서도 삶의 기운은 분명히 느껴졌다. 고요한 산책로, 이름 모를 조각상들, 단청 빛깔의 한국정원… 오늘도 이 정원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나를 품어주었다.

산책로 — 느리게 걷는 것의 아름다움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완만한 산책로는 언제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구불구불 이어진 아스팔트 길 양옆으로 가로등이 줄지어 서 있고, 붉은빛이 감도는 겨울 나뭇가지들이 먼 산을 배경으로 서있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와 아파트 단지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풍경 —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순천만만의 풍경이다.

순천만 국가정원 산책로
완만하게 굽어지는 산책로. 겨울 나무들이 먼 산과 어우러진다.

한국정원 — 오랜 시간이 녹아있는 공간
붉은 기둥과 회색 안내판이 인상적인 '한국정원' 표지석 앞에 섰다. 순천시의 로고가 새겨진 이 안내판에는 한국정원이 궁궐의 정원, 군자의 정원, 소망의 정원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계절을 따라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옛 선비의 여유를 느끼라는 문구가 지금 이 계절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한국정원 안내판
순천시의 '한국정원' 안내판 — 궁궐, 군자, 소망 세 가지 정원의 이야기를 담다.

정원의 숨결 — 조각과 자연이 함께하는 공간
한국정원 초입의 철제 조각상은 강렬했다. 녹슨 코르텐 스틸로 만들어진 역동적인 말의 형상 — 여러 마리가 뒤엉켜 달리는 듯한 실루엣이 겨울 나무들 사이에서 유독 선명하게 빛났다. 조각 아래 붉은 동백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어, 차가운 금속과 따뜻한 생명력의 대비가 아름다웠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이국적인 야자수 두 그루가 하늘을 향해 솟은 곳에 팔각형 정자가 서 있다. 붉게 핀 매화 한 그루가 그 옆에서 수줍게 봄을 알리고 있었고, 오른편 동백나무에는 빨간 꽃송이들이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이 낯선 조화가 오히려 순천만 국가정원의 매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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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매 — 겨울을 뚫고 피어난 하얀 기적
"아직 잔디는 황갈빛인데, 수양매화는 이미 봄이었다.
가느다란 가지마다 흰 꽃송이가 송알송알 맺혀,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수양매화
수양매화 — 길게 늘어진 가지마다 흰 꽃이 만개하여 봄의 시작을 알린다.

이 한 장의 사진 앞에 한참 서 있었다. 황갈빛 대지와 앙상한 나무들로 가득한 정원에서 홀로 봄을 맞이하고 있는 수양매화. 가느다란 초록 가지 끝마다 하얀 꽃송이가 촘촘히 피어,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아직 꽃봉오리인 것들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설레는 풍경이었다.

한국정원 입구 — 붉은 문이 부르는 곳
목재 다리를 건너면 붉은 벽돌 아치문이 나타난다. '한국정원'이라 쓰인 현판 아래로 화려한 단청 문양의 담장이 양옆으로 펼쳐지고, 소나무가 굽이진 줄기를 담 너머로 내밀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다리 위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감상하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한국정원 다리와 입구
목재 다리에서 바라본 한국정원 입구


한국정원 문 앞
붉은 아치문 — 안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한국정원 내부 — 단청, 기와, 그리고 소나무
아치문을 통과하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소나무 한 그루가 단을 쌓은 연못 중앙에 홀로 서 있고, 그 뒤편으로 빨간 아치 문들이 있는 궁궐풍 건물이 층층이 이어진다. 겨울이라 연못에는 물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 건조한 풍경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했다.

정원 안 누각은 빨강과 초록의 단청이 선명하고, 기와지붕의 곡선이 우아하다. 그 앞에 구불구불 자란 소나무 한 그루가 마치 일부러 배치한 것처럼 완벽한 구도를 만들어낸다. '어수문(魚水門)'이라 쓰인 현판이 달린 내부 문은 물고기와 물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뜻한다고 한다.

군자의 정원 — 선비의 여백
기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전통 가옥과 돌담길은 군자의 정원 구역이다. 소박하게 쌓아 올린 돌담,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마당, 소나무 한 그루…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색을 즐기던 그 공간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조한 풀들도, 비어있는 마당도 모두 의미있는 여백처럼 느껴졌다.

Epilogue
다시, 순천으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
아홉 번을 와도 순천만 국가정원은 매번 새롭다. 꽃이 피는 봄도, 초록이 우거지는 여름도, 단풍이 물드는 가을도 아닌 — 이 겨울 끝자락의 정원이 오히려 가장 솔직하고 아름다웠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고요히 봄을 기다리는 그 모습이 어쩌면 진짜 삶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 같았다. 다음엔 매화가 만개할 때, 또 다시 이 길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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