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EPISODE · 10TH 마지막 10탄입니다.
또 다시 봄을 기약하며 안녕 순천만 국가정원

마지막 코스, 서문 산책로에서의 작별
순천만 국가정원 시리즈 열 번째이자 마지막 편이다. 한국정원을 나와 서문 방향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이번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겨울이 채 물러가지 않은 정원 끝자락에서, 붉은 매화가 터지듯 피어나고 있었고, 에코 전망대 위에서는 순천 도심 전체가 한눈에 펼쳐졌다. 철쭉은 아직 봉오리였지만, 그 작은 분홍빛 하나에서 봄의 예고를 읽었다. 이 정원은 늘 그렇듯, 떠나는 발걸음에도 무언가를 꼭 쥐어 보냈다.

군자의 정원을 나서며 — 돌다리 위에서의 한 호흡
한국정원 군자의 정원 구역을 빠져나오면 자그마한 돌다리 하나가 나온다. 평평하게 깎인 화강암 두 장이 나란히 놓인 소박한 다리이지만, 그 아래로 졸졸 흐르는 작은 물줄기와 둥그스름하게 다듬어진 회양목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풍경을 만들어낸다. 정원 조경의 힘은 이런 사소한 디테일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매화 산책로 — 봄이 먼저 도착한 곳
서문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에 매화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흰 매화와 붉은 매화가 번갈아 피어, 앙상한 겨울 숲 사이사이를 물들이고 있었다. 하얀 패딩 차림의 방문객이 혼자 그 길을 조용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오른편에는 황금빛 억새가 바람에 늘어지고, 왼편에는 막 피어난 매화가 있었다. 겨울과 봄이 딱 그 길 위에서 만나고 있었다.

홍매화 — 가장 뜨겁게 피어난 봄의 신호
거기서 더 걸으니 홍매화 군락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잎도 없는 앙상한 가지에 새빨간 꽃송이가 빼곡히 달려, 겨울 숲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고, 가까이서 보면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꽃잎을 오므린 채 터질 듯 가득 차 있었다.

"꽃은 화려할수록 더 빨리 진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홍매화는 더욱 애틋했다.
겨울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활활 타오르다니."


에코트리 전망대 — 순천의 전부를 한 눈에
서문 코스 언덕 위로 올라가면 황금빛의 원반 구조물이 층층이 쌓인 독특한 전망 시설이 나온다. 바로 '에코트리(Eco-tree)'. 나무의 형태를 모티프로 한 이 구조물 주변에는 두루미 조형물 두 마리가 마른 억새 사이에 앉아 있어, 묘하게 시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이 '숲'이 되려는 구조물 옆에 자연이 만든 진짜 나무가 함께 서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에코트리 전망대 — 순천 파노라마
전망대에 오르면 순천 도심과 정원, 동천, 산줄기가
360도로 펼쳐진다. 이 한 장의 뷰를 위해서라도 충분히 올라갈 가치가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순천만 국가정원은 거대했다. 꽃 카펫 패턴이 새겨진 광장, S자로 굽이치는 동천, 그 너머로 이어지는 산줄기들. 겨울이라 색감은 황갈빛으로 차분했지만, 그 광활한 규모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봄에 이 자리에서 내려다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 상상만으로도 설레었다.







철쭉정원 — 아직은 봉오리, 그래서 더 기대된다.
언덕을 내려오다 철쭉정원 안내판을 만났다. 순천은 전국 철쭉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철쭉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약 100여 종의 희귀 철쭉이 심겨 있다는 이 정원 — 지금은 앙상한 가지에 작은 잎사귀들만 돋아나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서 딱 한 송이,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직전의 분홍빛 철쭉을 발견했다.
작고 조심스럽게 피어난 그 꽃 한 송이가, 이번 방문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봄은 이렇게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고요한 겨울의 종착역
서문 코스의 마지막 구간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솟아 오른 나무들이 양쪽으로 도열하고, 그 사이 좁은 산책로 위로 혼자 걷는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잎이 모두 진 겨울 메타세쿼이아는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가장 순수한 선을 드러냈다. 가을에 이 길을 걸으면 붉은 단풍이 터널을 이루겠지만, 오늘 이 겨울의 고요함도 그것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정원 호수 — 오리들이 지키는 겨울 수변
서문 출구 쪽 호수에는 거위와 오리 몇 마리가 물가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겨울이라 수면에 아무것도 없이 고요하게 하늘을 담아내는 호수와, 그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기 일상을 살아가는 새들의 조화가 참 평화로웠다. 멀리 산 위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호수 맞은편으로는 에코시오 건물이 보였다. 이 장면이 오늘 여행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았다.




Epilogue · Series Final
열 번의 발걸음이 남긴 것
열 편에 걸쳐 걸어온 순천만 국가정원.
봄을 기다리는 정원,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그 땅 위에서
홍매화가 불꽃처럼 타오르고, 철쭉 봉오리는 조심스럽게 세상을 엿보고 있었다.
에코트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순천의 풍경은,
이 도시가 얼마나 정원을 사랑하는지를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다음 봄, 철쭉이 만개할 무렵. 다시 이 길을 걸어야겠다.
순천아, 봄에 또 만나자.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창조적이고 유니크한 와인병다육이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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