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또
한국에
왔는가
유명 관광지도, 불고기도 아니다.
외국인 '회전문 관광객'이 진짜로 찾는 것은 한국인의 일상이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은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명동에서 쇼핑을 한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방문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PC방에 앉아 게임을 하고, 코인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고, 감자탕 한 냄비를 뚝딱 비운다. 대학내일 연구소가 이들에게 붙인 이름은 회전문 관광객— 같은 문을 계속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PC방과 찜질방이
관광지가 된 세상
'K콘텐츠'가 뿌린 씨앗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싹을 틔웠다. 드라마와 예능 속에서 수도 없이 등장했던 공간들—PC방, 코인노래방, 방탈출 카페—이 이제 외국인들의 버킷리스트가 됐다.
이용 건수 증가율
이용 건수 증가율
외국인 소비 성장률
흥미로운 점은 찜질방도 코스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당일치기로 날아온 관광객들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찜질방에서 몸을 풀고, 다시 쇼핑 스팟으로 이동한다. 숙박비를 아끼는 동시에 '한국 경험'까지 챙기는 영리한 선택이다.
한국 Z세대들의 일상 놀이 문화, 그 자체가 관광 콘텐츠가 됐다.
쇼핑 목적지도 바뀌었다. 인터뷰에 응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남산과 경복궁보다 성수동, 한남동, 연남동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는 한국 팝업스토어 후기가 넘쳐나고 있으며, "너무 감각적이어서 꼭 방문해야 한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중국어로 '피부과(皮膚科)'를 줄인 암호. 중국에서는 특정 병원의 의료 행위를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한국 피부과를 지칭하는 은어로 자리 잡았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기술력·신뢰도로, 하루 일정을 피부과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그리고 뜻밖의 아이템—파스. 우리에게는 평범한 약국 제품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것'으로 통한다. 일본 가서 소화제 사오고, 중화권에서 연고 챙겨오듯, 이제 외국인들도 한국 약국에서 뷰티 아이템과 파스를 잔뜩 담아간다.
불고기 대신 감자탕,
일상식의 반란
한국관광공사가 타이완·홍콩 관광객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 메뉴"를 물었다. 예상과 달리, 1위는 감자탕이었다. 3년 전만 해도 순위권 밖이었던 국밥과 순두부는 올해 7위, 8위에 등장했다. 회전문 관광객들은 '한국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점심'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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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타이완·홍콩 관광객 최애 메뉴 1위 — 한국관광공사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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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외국인 카드 결제 기준 치킨·중국요리에 이어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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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 순두부2022년 순위권 밖 → 2025년 7·8위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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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간식털기우유 생크림빵 틱톡 이후 베트남 관광객 급증, 메가커피 등 로컬 카페 인기
K팝 크리에이터 콘텐츠 5개 중 1개는 'K푸드'와 관련돼 있다. 라면, 과자, 김밥 같은 길거리 음식이 영어·한국어로 검색되며 외국인들의 식단을 채우고 있다. 스타벅스가 아니라 메가커피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진짜 한국인처럼'이라는 욕구가 먹거리 선택까지 바꾸고 있다.
고시원이 스테이가 되다
숙박비 부담이 커지면서 회전문 관광객들이 택한 대안은 고시원이다. 방문 빈도가 높고 체류 기간이 긴 이들에게 고시원의 월 단위 계약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여행이 끝나면 일찍 퇴소하니 고시원 주인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일본·홍콩에 캡슐 호텔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고시 스테이가 있다.
한 외국인이 고시원 일상을 틱톡에 올린 영상은 한 달도 되지 않아 3,300만 뷰를 돌파했다. 편견과 달리, 영상 속 고시원은 밝고 화사했으며 "어떻게 예약하냐"는 DM이 쏟아졌다. 이미 일부 고시원들은 간판을 '스테이'로 바꾸고, 입구에 영어·중국어 안내문을 붙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지역 방문율(서울 외)이 34.5%로 3명 중 1명은 서울 외 지역을 방문한다. 부산은 2025년 처음으로 외국인 방문객 300만 시대를 열었다. 회전문 관광객의 '생활형 여행'이 지방 도시로 확산되는 신호탄이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한국인처럼 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이들에게 배달앱, 웨이팅 시스템, 대부분의 편의 서비스가 한국 전화번호를 요구한다는 점은 치명적인 장벽이다. 라인·왓츠앱 같은 해외 채팅앱 연동, 짐 보관소 확충, 외국인 인증 간소화—이 문제들이 해결될수록 N차 방문은 N+1차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일상이 관광이다
불고기와 김치는 여전히 사랑받지만, 진짜 회전문을 돌게 만드는 것은 순두부찌개와 PC방, 고시 스테이와 메가커피다. 한국의 '평범한 오늘'이 세계가 원하는 콘텐츠가 된 시대—이 흐름을 읽는 자가 N차 관광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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