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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열 가지의 이름을 가진 생선 명태이야기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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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음식 이야기

한 마리의 물고기,
열 가지의 이름을 가진 생선

"명태야, 넌 참 많은 이름으로 불렸구나."
조선의 바다에서 현대의 밥상까지, 명태의 긴 여정.

🐠 〰 🐠 〰 🐠

명태(明太)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옛날 함경도 명천(明川)에 살던 어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느 날 그가 이름도 모르는 생선을 잔뜩 잡아 고을 태수(太守)에게 가져갔고, 태수는 그 맛에 반해 "이 생선의 이름이 뭐냐?" 하고 물었습니다. 어부도, 고을 사람도 아무도 이름을 몰랐지요.

"그렇다면 명천의 '명'(明)자와 태수의 '태'(太)자를 따서 '명태'라 부르자꾸나."

이렇게 해서 태어난 이름이라는 구전이 있습니다.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지만, 명천 고을에서 처음 잡힌 물고기라는 데서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요. 조선 숙종 때 쓰인 기록에도 "함경도 명천 지방에서 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명태가 언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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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이름이 가장 많은 생선

명태는 잡는 방법, 말리는 정도, 크기, 계절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조상들이 얼마나 명태를 세심히 다루고 아꼈는지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이름을 하나씩 불러 봅시다.

1
명태원래 이름. 모든 이름의 시작
2
생태금방 잡은 신선한 명태
3
동태얼어있는 명태
4
코다리반쯤 말린 명태
5
노가리명태의 새끼
6
북어바짝 말린 명태
7
황태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명태
8
왕태몸집이 가장 큰 명태
9
애기태노가리보다 작은 새끼
10
중태중간 크기의 명태

이 열 가지 외에도 백태(하얗게 마른 것), 먹태(검게 마른 것), 파태(상한 것) 등 사실 20가지가 넘는 이름이 있다고 합니다. 한 마리의 생선이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갖는 나라는 세계에서도 드물지요.

황태 — 추위 속에서 탄생한 기적의 맛

황태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는 '덕장 황태'는 대관령이나 황태의 본고장 인제 용대리에서 만들어집니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명태를 덕장에 걸어두면 낮에는 녹고 밤에는 얼기를 수십 번 반복하며 살이 황금빛 노란색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 덕장의 겨울

영하의 칼바람 속에서 명태는 날마다 죽고 날마다 다시 태어납니다. 그렇게 100일이 지나면, 그 어떤 가공식품도 흉내 낼 수 없는 부드럽고 깊은 황태가 완성되지요. 추위가 깊을수록 황태의 맛도 깊어진다고 어르신들은 말씀하십니다.

황태해장국 한 그릇은 숙취에도 좋고 몸이 허할 때도 좋아, 예로부터 "몸이 아프면 황태국 한 그릇"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옵니다. 북어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삿날, 개업일, 시험 전날 — 중요한 날이면 어머니들은 북어를 두드렸습니다.

북어포를 두드리는 이유 — 액막이와 기원의 풍습

조선 시대부터 북어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제사상에, 고사상에, 혼례상에 북어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습니다. 밤낮으로 눈을 뜨고 있어, 귀신이나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믿었지요. 그래서 북어를 새끼줄에 꿰어 대문에 걸어두기도 했습니다. "눈 뜬 북어가 집을 지킨다."

특히 북어포를 방망이로 두드리는 것은 "복을 두드려 들어오게 한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삿짐을 풀며 어머니가 북어포를 두드리시던 그 소리 —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명태 없이는 차릴 수 없는 밥상

명태는 어느 부위도 버리지 않는 생선입니다. 살, 껍질, 아가미, 창자, 알, 이리(이리는 수컷의 정소) —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모두 밥상에 올랐습니다.

명란젓
창란젓
명태순대
황태국
북어찜
코다리조림
동태찌개
생태탕
노가리구이

명란은 이제 일본과 전 세계에서 'Mentaiko(明太子)'로 불릴 만큼 유명해졌습니다. 원래 한반도에서 일본 식민지 시절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통해 건너간 음식인데, 지금은 오히려 일본 음식처럼 알려졌지요. 명태의 알이 바다를 건너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동해에서 사라진 명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슬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동해에서 풍성하게 잡히던 명태가, 2000년대 들어 거의 사라져버렸습니다. 수온 상승과 남획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명태의 대부분은 러시아산입니다.

🌊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해양수산부와 여러 연구기관이 명태 인공 부화와 방류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해의 차가운 바다에서 다시 명태가 잡히는 날을 기다리며. 이 작은 생선의 귀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백 년을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명태. 열 개의 이름으로 불리고, 이야기와 함께 살아온 그 생선이 다시 동해 바다를 헤엄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

이 글이 좋으셨다면, 오늘 저녁 황태해장국 한 그릇 어떨까요?
명태가 고생한 겨울만큼, 따뜻하고 깊은 국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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