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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HOPE

마르코 폴로 여행기시대의 나 실크로드 견문자의 고백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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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여행기시대의 나 실크로드 견문자의 고백

1280년대, 황사가 날리는 어느 오후

나는 스스로를 '견문(見聞)'이라고 부른다.

이름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 붙인 칭호다. 이 시대에 여자가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은, 온 영혼을 걸고 설명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해, 마르코 폴로는 이미 동방을 7년째 걷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상인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모래바람처럼, 지나는 낙타 발굽에 밟혔다가 다시 바람에 실려 더 먼 곳으로 날아갔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마음속에 한 가지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도 보고 싶다.

그가 이탈리아인이라서 경쟁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이 길 위에는 그가 쓰지 않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시장 구석에 쭈그려 앉아 가죽을 꿰매는 여인, 달빛 아래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노인, 눈빛으로 말을 건네는 아이들 나는 그들을 글 속에 담아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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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길을 걷기 시작했나
나는 호기심 가득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책 장수였고, 어머니는 세 가지 언어를 할 줄 알았다. 다른 아이들이 얌전히 앉는 법을 배우던 나이에, 나는 이미 사신(使臣) 행렬을 따라다니고, 상인들의 천막 안으로 몰래 스며들어 낯선 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 시절, '실크로드'는 나에게 지도 위의 선이 아니었다. 그것은 냄새였다 계피, 말 분뇨, 가죽, 향신료가 뒤섞인, 온 세상을 압축해 놓은 것 같은 냄새. 그것은 소리였다 낙타 방울, 모래바람, 서로 다른 언어의 호객 소리가 켜켜이 쌓여, 마치 우주의 교차로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결국 나는 공책과 나침반, 그리고 어머니가 건네준 붉은 비단 스카프를 챙겨 그 길로 들어섰다.

실크로드의 하루하루
매일 아침, 나는 낙타보다 먼저 눈을 떴다.

그 순간이 좋았다 하늘이 아직 짙은 파란색일 때, 멀리 보이는 돔 사원이 그저 실루엣으로 서 있을 때, 공기 속에 전날 밤 모닥불 냄새가 남아 있을 때. 나는 자리에 앉아 지도를 펼치고, 어제 걸어온 도시를 다시 한 번 손끝으로 그렸다. 그리고 옆에 몇 글자를 적었다.

"이곳 사람들은 낯선 이를 믿는다. 눈빛이 맑다."
"저 시장의 천은 천연 쪽으로 물들인 것, 색이 우물처럼 깊다."

시장 구경은 나에게 쇼핑이 아니라 수업이었다. 가판대 하나하나가 교실이었다. 향신료 파는 노인은 계피와 육계피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줬고, 양탄자 짜는 여인은 어떤 문양이 풍요를 뜻하고 어떤 것이 수호를 상징하는지 알려줬다. 나는 서툰 현지 말로 감사 인사를 건넸고, 그들은 웃었다. 그 미소는 언어 없이도 읽혔다.

사마르칸트의 한 찻집에서 여섯 개 언어를 구사하는 늙은 상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내게 물었다.

"혼자 다니는 거요? 무섭지 않소?"

나는 말했다. "혼자가 아닙니다.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니까요."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

내가 늘 지니는 것들
짐은 가볍게, 그러나 하나하나 무게가 있다.

나의 공책은 나의 두 번째 목숨이다. 지도, 스케치, 대화 단편, 나조차 무슨 뜻인지 모를 낙서들이 가득하다. 공책은 내가 잊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내가 걸어온 길을 되새겨준다.

붓과 먹과 도구들은 나를 어디서든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기자, 화가, 통역사, 혹은 그저 조용히 앉아 기록하는 관찰자로.

나침반은 방향만 알려주는 게 아니다. 초심을 일깨워준다. 어느 번화한 도시에 너무 오래 머물다 왜 떠났는지 잊어버릴 때, 나는 나침반을 꺼내 그 작고 가느다란 바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묻는다. "너는 어디로 가고 싶니?"

붉은 비단 스카프는 각지에서 받은 우정들의 집합체다. 현지 여인이 직접 둘러준 것도 있고, 상인이 작별 인사 대신 건네준 것도 있다. 때로는 그냥 색이 예뻐서 골랐을 뿐인데, 사막 한가운데서 그 한 자락이 사람의 온기를 전해준다.

내가 믿는 것
이 많은 길을 걸으며 하나를 배웠다.

세상은 넓고, 마음은 부드러워야 한다.
발걸음은 용감하게, 눈은 밝게.

견문(見聞)이란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녀왔는지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왜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낯설어 보이는 풍습 뒤에 얼마나 깊은 세월의 지혜가 담겨 있는지.

나는 계속 걸을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을 집으로 가져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것이다. 이 세상은, 이해함으로써 더 아름다워지니까.

이것이 바로 나다. 《마르코 폴로 여행기》 시대를 살아가는 나실크로드의 견문자,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사랑으로 이야기를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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