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갈 때가 가장 위험하다. 성공이 오만으로 바뀌는 순간
성공은 늘 같은 얼굴로 찾아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감으로 시작한다. "내가 해보니까 되더라." 그 다음엔 확신이 된다. "역시 내 판단이 맞았어."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만으로 변질된다. "이 시장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소비자는 결국 나를 선택할 거야."
흥미로운 건, 사람이나 기업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실패하거나 바닥을 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가장 잘나갈 때, 박수받을 때, 매출이 잘 나올 때, 언론이 주목할 때가 진짜 위험한 순간이다. 이 시점부터 자기 판단을 의심하지 않는 성향이 자라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서 흔히 보이는 함정
요즘 주식 시장에도 이런 모습이 자주 보인다. 기업 분석이나 펀더멘털, 밸류에이션 같은 건 들여다보지도 않고 큰돈을 벌다 보면 "나는 주식 천재구나, 감이 있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자리 잡는다. 그러다 더 큰 돈을 끌어와서 베팅하고, 결국 크게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과잉 확신 편향이라고 부른다. 한두 번 성공하면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 거라 믿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성공에는 실력도, 운도, 시장 상황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성공이 한두 번 반복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걸 시대 상황이나 운으로 보지 않고 "내가 잘해서 그런 거다"라고 결론짓는다.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이 "역시 나는 천재였어"라고 외치는 순간처럼 말이다.
휘브리스 신처럼 굴다가 무너지는 이야기
이런 현상을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휘브리스(hubris)**라고 부른다. 오만, 교만을 뜻하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는 인간이 신처럼 행동하다가 결국 무너지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런데 이 휘브리스는 신화 속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오늘날의 경제와 비즈니스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난 이미 성공했으니 절대 무너지지 않아"라고 믿는 순간부터, 타인의 의견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리고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잘나가던 자기 팔자를 자기가 꼰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오만이 무서운 진짜 이유 정보가 끊긴다
오만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단순히 평판이 나빠지는 데 있지 않다. 정보가 끊긴다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에서 리더가 오만해지면 직원들은 조언이나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 괜히 말했다가 욕먹을 게 뻔하니까. 고객은 불만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떠난다. 팬도 실망하면 말없이 떠나버린다. 주변 사람들은 속으로 걱정하면서도 겉으로는 "그래, 네 말이 맞아"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이렇게 오만에 빠진 사람은 여전히 "나는 잘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이미 위험에 깊이 빠져 있다. 경고음이 울려도 듣지 못하고, 경고해주던 사람들마저 결국 떠나버린다. 남는 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들뿐이다. 그러니 본인이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낄 기회조차 사라진다.
자신감과 오만, 한 장의 차이
그렇다고 자신감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적당한 자신감은 분명히 필요하다. 문제는 자신감과 오만의 경계가 백지 한 장 차이라는 점이다.
둘 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 자신감: "나는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조언을 들으면 "아, 그거 좋네" 하고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 오만: "나는 틀릴 리가 없어"라고 믿으며, 조언을 들으면 "기분 나빠, 네가 뭘 안다고" 하며 거부한다.
비유하자면 자신감은 액셀과 브레이크가 함께 있는 자동차다. 반면 오만은 액셀만 있는 차다. 빠르게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브레이크가 없으니 언젠가 벽에 부딫히거나 큰 사고를 낸다.
블록버스터의 몰락, 넷플릭스의 시작
오만으로 무너진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다.
블록버스터는 한때 미국 비디오 대여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미국 전역에서 가장 큰 체인이었다. 그런데 2000년, 막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를 찾아가 자사를 5천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700억 원)에 인수해 달라고 제안했다. 26년 전 일이다.
당시 넷플릭스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우편으로 DVD를 보내주는, 일종의 '오프라인 구독 서비스'였다. 블록버스터의 입장에서는 "이런 게 온라인으로 되겠어? DVD 회사를 사서 뭐 하겠어?"라며 가볍게 무시할 만했다.
하지만 8년 후, 블록버스터는 파산했고 넷플릭스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OTT 산업의 원조 기업이 되었다. 강자의 눈에는 변화의 시도가 보잘것없는 소음처럼 보였지만, 그 작은 변화가 결국 시장 전체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겸손한 기업이라면 그 신호를 변화의 시작으로 받아들였을 텐데 말이다.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평판 자본
오만으로 인한 몰락은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이나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개인도 하나의 브랜드다. 연예인이든, 운동선수든, 유튜버든, 직장인이든, 자기 이름으로 신뢰를 쌓고 그 신뢰로 기회를 얻는다. 이걸 평판 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예전에는 실력만 있으면 됐다. 노래를 잘하거나, 연기를 잘하거나, 일을 잘하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실력이나 결과물뿐 아니라 태도와 인성까지 함께 평가한다. 잘나가다가 겸손함을 잃고 오만해지면 "사람 바뀌었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문제는 같은 실수를 해도 평소 겸손했던 사람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며 이해받지만, 오만한 이미지가 쌓인 사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비난을 받는다는 점이다. 한번 비호감으로 찍히면 그 분야에서 퇴출당하는 경우도 많고, 그럴 때는 도와줄 사람도 남아 있지 않다.
식당도 다르지 않다. 장사가 잘되면 손님의 작은 리뷰나 지적에도 "요즘 손님들 까다롭네"라고 넘기기 쉽다. 그러다 보면 정말 필요할 때 조언해줄 사람이 사라진다.
겸손이란 무엇인가
오만한 태도의 반대는 겸손이다. 그런데 겸손을 단순한 도덕적 미덕으로만 이해하면 핵심을 놓친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데요, 제가 뭘 하겠어요"라는 태도는 겸손이 아니라 자기 비하일 뿐이다.
진짜 겸손함은 다음과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다.
-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
- 고객과 시장이 나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인정
- 누군가는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인정
- 성공하더라도 그 안에 타이밍과 운이 함께 있었다는 인식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이를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 고마운 일로 받아들이고, 늘 자신을 쇄신하려는 노력. 그것이 겸손한 태도다. 겸손한 사람은 계속 배우는 사람이고, 오만한 사람은 배움을 멈춘 사람이다.
그러니 겸손은 약하거나 비굴한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강함을 부드러움 안에 감출 수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다.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가 아니라, "열심히 하지만 틀릴 수도 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겸손이다.
오만에서 다시 겸손으로 유재석의 사례
오만했다가 다시 겸손함을 되찾아 성공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 바로 국민 MC 유재석이다.
그가 데뷔 초기 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으로 귀를 파던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본인 스스로 한 방송에서 그 장면을 언급하며, 당시 그 상을 받은 게 못마땅해 보인 표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선배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고도 말했다.
그 후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치며 그는 겸손함을 다시 갖췄고, 오늘날의 국민 MC로 자리매김했다. 중요한 건 오만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빨리 깨닫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다.
결론 균형이 답이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를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바닥이 아니라 정상 근처다. 자신감과 오만은 한 장의 종이 차이지만, 그 차이가 결국 모든 걸 가른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함께 갖춘 자신감으로 나아갈 것인지, 브레이크 없는 오만으로 질주할 것인지는 결국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누구나 오만에 빠질 수 있다. 중요한 건 그걸 깨닫고 다시 겸손함을 되찾을 수 있는가다. 그것이 결국 오래도록 신뢰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과 기업의 차이를 만든다.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창조적이고 유니크한 와인병다육이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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