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이제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카공족의 부상, 디카페인 열풍, 그리고 김치볶음밥까지 — 키워드로 읽는 카페의 변신
"요즘 카페, 분위기 참 좋더라" — 라고 말했던 시절이 있다.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그 카페, 디카페인 잘 만들어?"
어쩌면 카페는 처음부터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파리의 살롱에서 시작된 카페는 원래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그 원래 의미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진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카공족, 디카페인 열풍, 그리고 메뉴 다각화. 얼핏 보면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카페에 오래 있어도 괜찮아" 라는 새로운 문화적 허용 말이다.

4인석을 혼자 차지하는 사람들, 이제 환영받는다
한때 카페 사장님들에게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골칫거리였다. 4,500원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네 시간을 버티는 손님. 4인석을 혼자 점령하고 노트북 두 대, 충전기, 교재까지 펼쳐 놓은 그 사람.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달라졌다. 메가커피, 컴포즈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아예 '카공족 친화 공간'으로 인테리어를 바꾸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학생과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 1인용 좌석을 집중 배치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거나 일하기 답답한 사람들, 카페 특유의 '적당한 소음'과 '적당한 익명성'이 필요한 사람들. 그들에게 카페는 이미 제2의 사무실이었다. 브랜드들이 뒤늦게 그 수요를 인정한 것뿐이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바뀌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이해 못 했다. "디카페인 커피? 그게 무슨 의미야?" 카페인이 없는 커피라니, 알코올이 없는 소주 아닌가. 그런데 숫자가 나를 설득했다.
농식품 수출 정보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이 1만 40톤으로, 이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역대 최대 수치다. 한 브랜드는 디카페인 음료 판매량이 4,550만 잔에 달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맛이 좋아졌다. 예전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뭔가 빠진 맛'이 났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서 커피 본연의 향과 풍미를 살리면서 카페인만 줄일 수 있게 됐다. 대학 수업 현장에서도, 열 명 중 다섯 명이 디카페인을 선택할 정도라고 한다.
둘째,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달라졌다. 잠을 깨려고, 집중력을 높이려고 마시던 시대에서, 맛 자체를 즐기고 건강도 챙기는 시대로. 저녁 7시에도, 밤 10시에도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은데 카페인이 걱정되는 사람들. 그들에게 디카페인은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답이다.
카페에서 김치볶음밥을 먹는 세상
"여기 음식점 아니에요?" 요즘 카페 메뉴판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빵이야 원래 팔았다. 쿠키도, 케이크도. 그런데 김치볶음밥? 심지어 치킨 브랜드와 협업해서 양념 컵치킨을?
이건 단순한 아이디어 싸움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최근 원두 가격이 오르고 고환율 여파까지 겹치면서 카페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그렇다고 커피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마진 좋은 음식 메뉴'다.
엠브레인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주요 카페 프랜차이즈의 식품류 사이드 메뉴 구매액은 20.7% 증가했고, 조리빵 같은 식사 대용 메뉴는 무려 141% 급증했다. 전체 구매액 증가율(11%)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배달 앱에서 커피를 시키다가 "이참에 밥도 해결하자"고 김치볶음밥을 같이 담는 고객. 카공족이 오전 내내 앉아서 커피 두 잔에 샌드위치까지 시키는 패턴. 혼밥 문화와 간편식 수요가 맞물리면서, 카페는 어느새 '혼자 밥 먹기 가장 편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개인 카페 사장님들에게
이 모든 트렌드가 대형 프랜차이즈만의 이야기일까? 오히려 반대다. 두총쿠나, 버터떡처럼 SNS에서 시작된 디저트 유행들은 대부분 개인 카페들이 먼저 감을 잡고 시작한 것들이다. 의사결정이 빠른 개인 카페는 '오늘 유행'을 '내일 메뉴'로 만들 수 있다.
지역 러닝 크루의 출발지가 되고, 독서 모임 공간이 되고, 지역 특산물로 만든 디저트를 파는 카페. 규모로는 프랜차이즈를 이길 수 없지만, 감각과 속도로는 이길 수 있다.
결국 카페 트렌드가 말하는 것은 하나다.
카페는 더 이상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공간을 팔고, 시간을 팔고, 경험을 판다. 머무름을 허용하고, 건강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한 끼 식사까지 책임진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를 누가 더 민감하게 읽느냐가 이제 카페 경쟁력의 전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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