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수집가의 시대 - 소비 트렌드
우리는 왜 줄을 서는가
경험 수집가의 시대가 왔다
포켓몬 팝업에 4시간을 기다리고, 같은 콘서트를 3일 연속 예매하는 사람들. 이들은 낭비를 모르는 게 아니다. 낭비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경험을 수집하고 있다.
소비경제학자 송수진 고려대 교수님에게 듣는다. 경험 수집가.
예전 기업들의 고민은 단순했다. 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고, 시간을 아껴주고, 낭비를 제거하면 됐다. 더 빠른 배송, 더 조용한 냉장고, 더 오래가는 배터리.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4시간씩 줄을 서고,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금토일 콘서트를 모두 예매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시간 낭비, 돈 낭비다. 그런데 왜 이들은 멈추지 않는 걸까.

"중요한 변화는 불편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내 삶 속에서 의미 있는 게 뭘까, 재미있는 게 뭘까, 내가 열광할 수 있는 상징이 무엇인가로 소비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냉장고 전쟁이 보여준 것
몇 년 전, 국내 가전 시장에 이른바 '냉장고 전쟁'이 벌어졌다. 삼성과 LG가 치열하게 맞붙었는데, 싸움의 전선이 이전과 달랐다. 신선도? 이미 다들 잘 보관한다. 소음? 거의 해결됐다. 냄새 제거? 기본 옵션이 됐다.
코로나로 집에 오래 머물게 된 소비자들은 문득 깨달았다. 거실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냉장고라는 것을. 그리고 물었다. "왜 이게 항상 하얗거나 회색이어야 하지? 내 기분에 맞게 핑크나 노랑으로 바꿀 수 없을까?"
제품의 기능은 이미 충족됐다. 이제 싸움의 무대는 "그 제품이 내 삶의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인가"로 넘어간 것이다. 제품의 차별화는 끝났고, 경험의 차별화가 시작됐다.
나를 설명해주는 경험. 아버지와의 마지막 식사, 좋아하는 캐릭터와의 만남
희소하고 극단적인 것. 사골곰탕 버블티, 닥터페퍼 김치 챌린지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 인스타그램이 명함이 되는 시대
세대를 가로지르는 변화
많은 이들이 이 현상을 'Z세대만의 이야기'로 치부한다. 하지만 교수님은 단호하다. "젠지는 예외가 아니라 예고편입니다."
실제로 그의 북콘서트에서 가장 많이 들려온 반론은 "그거 나 얘기잖아요. 저 40대인데 저도 경험을 수집합니다"였다. 젠지가 먼저 선점한 유행은 결국 전 세대로 퍼져나간다. 버터떡을 20대가 유행시키면 40대가 따라가고, 40대가 몰리기 시작하면 20대는 이미 다음 씬으로 넘어가 있다.
삶을 갈아서 성취하고, 그 보상으로 좋은 브랜드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돈쭐과 혼쭐의 세대. 내 소비로 가치를 표방하는 윤리적 소비를 처음 들고 나왔다.
나를 설명해주는 브랜드와 경험을 사랑한다. 소비 자체가 자기 소개서다.
종이가루를 다리는 사람들
콘서트가 끝날 때 하늘에서 뿌려지는 컨페티(종이가루). 대부분의 관객은 그냥 밟고 지나친다. 그런데 경험 수집가들은 다르다.
가장 깨끗한 건 다려서 키링을 만들고, 중간 것은 캘린더 북에 꽂고, 조금 덜 깨끗한 건 그날 못 온 팬 친구에게 나눔한다. 이들에게 경험은 수집되고, 저장되고, 전시된다. 그리고 공유된다.
같은 세트리스트의 콘서트를 3일 연속 예매하는 이유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은 온도도 습도도 다르고, 6만 관객과의 인터랙션이 매번 다른 경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수집하는 것은 티켓이 아니라 그날의 공기다.
MBTI는 왜 이렇게 유행하는가
젠지를 만나면 어김없이 MBTI를 묻는다. 소개팅에서도, 팀 프로젝트 첫날에도, 심지어 교수에게도. 이 행동의 본질은 무엇일까.
송 교수님은 이를 '존중의 문화'로 해석한다. MBTI를 묻는 것은 "네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내가 맞춰줄게"라는 선언이다. 과학적 근거가 논란이 있음에도, MBTI가 한국 사회에 기여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다름'을 이해하는 언어를 제공했다는 것.
그래서 송 교수님은 이들을 '나존경 세대'라고 부른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중요하고, 당신도 존중받아야 하고, 그 경험을 수집하는 세대.
소상공인이 알아야 할 두 가지 전략
내 가게는 무엇을 파는가보다, 내 가게에서 어떤 장면이 만들어지는가를 물어야 한다. 소비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는가? 이 스토리가 있어야 팝업도, SNS도 효과를 낸다.
경험만 주고 끝내지 말라. 마라톤을 완주해도 메달이 없으면 기억이 흐려진다. 굿즈, 스탬프, 엽서 한 장이라도. 경험을 포집하는 잠자리채가 필요하다.
성신당이 대전의 단일 매장으로도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 다이소가 가성비를 넘어 젠지의 '경험 실험실'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줄을 서는 것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그 공간에 서사가 있을 때 소비는 경험으로 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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