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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테리어

골목 끝에 숨어있던 바르셀로나 대성당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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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aña · Barcelona 

골목 끝에 숨어있던 바르셀로나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다가 아니었다

고딕지구 탐방소설 ·  에우랄리아의 전설  ·  13마리의 흰 거위

도착, 그리고 발견
바르셀로나에 가면 으레 사그라다 파밀리아부터 찾는다
나도 그랬다. 가우디의 이름 석 자가 주는 중력은 거스를 수 없었다. 그런데 성가족 성당 앞에 선 첫날 밤, 숙소 주인이 툭 던진 한마디가 여행의 방향을 바꿔놨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가봤어요?"

가보긴 했다. 아니, 지나쳤다는 게 맞겠다. 고딕지구 골목을 어슬렁거리다 갑자기 눈앞에 우뚝 솟은 건물을 보고 "오, 크다" 하고 발길을 돌렸던 기억. 그게 전부였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안의 또 다른 나라, 카탈루냐 주의 수도다.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이 도시가 유별난 이유를 사람들은 이 두 단어로 설명한다. 세니는 이성·비즈니스 감각, 라우사는 예술적 감성과 야성. 우리 식으로 치면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쓰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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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지구
2000년의 시간이 골목 사이에 겹겹이

바르셀로나 대성당이 있는 곳을 '고딕지구(Barri Gòtic)'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중세 고딕의 정수가 좁은 골목마다 녹아있는 동네다. 그런데 이 동네의 역사는 중세보다 훨씬 오래됐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 로마인들이 이 땅의 가치를 알아보고 식민지 본부를 여기 차렸다. 당시의 성벽 일부는 지금도 남아있다.

1298년 착공해 200년 가까이 지은 성당이니, 사그라다 파밀리아보다 600년 이상 먼저 세워진 셈이다. 그런데 그 위용에 비해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가우디의 명성에 가려진 것이다. 골목골목 들어가다 보면 꽃가게도 나오고 작은 바도 나오고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석조건물이 불쑥 솟아오른다. 그 당혹스러운 규모가 오히려 인상적이다.

성당의 이름
성 에우랄리아, 열세 살 소녀의 이야기
성당의 정식 이름은 '성 에우랄리아를 위한 대성당(Catedral de la Santa Creu i Santa Eulàlia)'이다. 에우랄리아는 4세기 초 바르셀로나 인근에 살던 열세 살 소녀였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 시절, 기독교 박해가 극에 달했던 303년의 일이다. 어린 에우랄리아는 총독 앞에 나아가 항변했다. 왜 기독교인들을 괴롭히느냐고. 계속되는 시위와 항의 끝에 소녀는 마녀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는다. 그 처형 방식이 잔혹했다. 못이 박힌 통 안에 넣어 언덕에서 굴리고, 가슴을 도려내는 고문을 가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X자 십자가 성 안드레아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사형이 집행된 뒤, 소녀의 몸에서 흰 비둘기가 날아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 날, 2월 12일은 지금도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축제로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에우랄리아 축제는 매년 나흘간 성당 앞에서 이어진다.

성당의 비밀
성당 안마당에서 살아가는 열세 마리의 거위

회랑을 돌다 거위들과 마주쳤을 때의 기분을 뭐라 설명할까. 이상하게 경건해졌다. 700년 된 돌기둥 아래서 거위들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 성당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 있다는 듯이.

광장과 일상
성당 앞, 노바 광장의 활기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은 언제나 혼잡하다. 부지가 비좁아서 성당을 온전히 담은 사진 한 장 찍기도 힘들다. 반면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에는 노바 광장(Plaça Nova)이 넓게 펼쳐진다. 이틀에 한 번씩 크고 작은 시장이 열리고, 주말이면 벼룩시장으로 북적인다.

광장 한편에서는 버스킹이 벌어지고, 노래 소리가 골목에 울린다. 여행자와 현지인이 뒤섞여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가 교차하는 풍경. 어디선가 기타 선율이 흘러나오면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바르셀로나는 한 번의 여행으로 다 볼 수 없다
사람들이 바르셀로나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우디 하나로도 벅찬 도시인데,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더 오래된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피카소도, 달리도, 미로도 이 도시를 거쳐 갔다. 그리고 1700년 전 열세 살 소녀의 이름은 지금도 대성당 이름으로 살아있다.

고딕지구를 혼자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관광객이 사라지고 동네 사람들이 나타난다. 저녁 여섯 시쯤의 골목이 가장 바르셀로나답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꽃가게의 향기,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

다음엔 더 오래 머물고 싶다. 이틀에 한 번씩 열린다는 노바 광장의 시장도 가봐야 하고, 2월이라면 에우랄리아 축제도 볼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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