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재배 블로그 포스트: 쭈글쭈글한 씨감자부터 탐스러운 수확까지
귀농 일기 · 텃밭 농사
쭈글쭈글한 감자도 괜찮아 땅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씨감자 준비부터 수확까지, 더 크고 건강한 감자를 위한 농부의 기록
창고 한켠에 두었던 감자를 꺼내보니 이미 쪼글쪼글하게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이걸 심어도 되나?' 싶어 한참을 망설였죠. 그런데 알고 보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감자 껍질의 주름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감자가 스스로 싹을 틔우기 위해 내부의 전분을 쓰고 있다는 증거였거든요.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눈(싹눈)이 살아 있어야 하고, 물러지거나 썩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 조건만 충족되면 쭈글쭈글한 씨감자도 건강한 감자 식물로 자라납니다.
싹을 미리 틔우는 것, '사전발아'이란 무엇인가
씨감자를 바로 심는 것도 가능하지만, 심기 약 한 달 전에 사전발아(칩팅 chitting)를 해두면 훨씬 빠르게 성장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마트에서 구입한 감자를 씨감자로 쓰려면, 반드시 흐르는 물에 씻어 발아 억제제를 제거한 뒤 사용하세요. 억제제가 남아 있으면 싹이 제대로 나지 않습니다.

심는 법 — 간격과 깊이가 전부입니다
감자를 심을 때는 눈이 1~2개씩 붙도록 조각으로 잘라냅니다. 자른 뒤에는 바로 심지 말고 잘린 면이 굳도록(캘러스 형성) 하루 정도 건조시켜야 흙 속에서 썩지 않아요.
흙은 퇴비와 균형 잡힌 비료를 섞어 약산성~중성으로 맞추고, 6~8인치(약 15~20cm) 깊이의 고랑에 조각 간격을 약 30cm(1피트) 정도로 넣어줍니다.
- 물렁물렁하거나 곰팡이 핀 감자 — 절대 심지 않기
- 발아 억제제를 씻지 않은 마트용 감자 그대로 심기
- 잘린 면 건조 없이 바로 토양에 넣기
흙 돋우기(힐링) — 감자 농사의 핵심 기술
감자 줄기가 올라올수록 주변 흙을 높이 쌓아 올리는 힐링(hilling) 작업은 수확량을 크게 좌우합니다. 감자 덩이줄기는 줄기 아래쪽에서 자라기 때문에, 흙을 높이 쌓을수록 덩이줄기가 생길 공간이 늘어납니다. 또한 녹색 감자의 원인이 되는 일광 노출을 막아 솔라닌 생성을 예방해줍니다.
처음 심을 때 6인치 깊이로 심고, 줄기가 자랄 때마다 흙을 덮어 올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언제 심느냐에 따라 감자 크기가 달라진다
감자는 땅을 많이 먹습니다
감자는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입니다. 느슨하고 비옥한 흙이나 raised bed(올린 화단)이 이상적이에요. 영양을 고르게 흡수해야 크게 자라거든요.
거름은 퇴비, 계분, 분쇄 달걀 껍데기, 액비(해조액비) 등을 활용하면 질소·칼륨·칼슘·마그네슘을 자연스럽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단, 주작기 감자는 낮이 짧아지기 시작하면 거름 주기를 멈춰야 해요. 시기를 놓치면 줄기와 잎만 웃자라고 정작 알맹이는 작아질 수 있습니다.
잘 보관하면 5~8개월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수확한 감자는 바로 씻지 말고, 흙이 묻은 상태로 1~2일 그늘에서 말려주세요. 이 과정이 껍질을 단단하게 만들어 장기 보관의 핵심이 됩니다.
보관 장소는 서늘하고 어두우며 통기가 잘 되는 곳이 좋습니다. 종이봉투나 망사 자루가 제격이에요. 사과, 양파, 바나나 근처에는 두지 마세요. 이들이 내뿜는 에틸렌 가스가 감자의 숙성과 발아를 빠르게 촉진합니다.
작은 감자는 먹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녹색으로 변한 부분은 솔라닌이 생성된 것이므로 그 부분은 반드시 도려내고 드세요. 많이 녹색이라면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흙을 고르고, 씨감자를 고르고, 간격을 맞추고, 흙을 돋우고, 거름을 주는 이 모든 과정이 결국 하나로 이어집니다. 쭈글쭈글한 감자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시 땅에 심어 탐스러운 수확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 그것이 농부의 마음이 아닐까요. 올봄, 창고 구석 씨감자와 함께 시작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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