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 !
한국 광고 140년의 기억
1886년 세창양행의 신문 광고 한 줄에서 유튜브 롱폼까지.
시대마다 팔리는 것이 달랐고, 외치는 언어도 달랐다.
'광고'라는 단어 자체가 생겨난 것도 이 즈음입니다. 1880년대 초, 한성 신문에 등장한 한 문장 — "세상 사람들한테 광고를 해서 동지를 얻는다" — 은 사실 IPO 공모 공고였습니다. 주주를 모집하는 글에서 시작된 '광고'라는 말이, 이제는 유튜브 알고리즘과 개인화 피드를 꿰뚫는 거대 산업의 이름이 됐습니다. 그 140년의 여정을 짚어봅니다.
세창양행 (한성주보)
의약품 광고 최고 비중
최장 모델 기록
1886년 2월, 한성주보에 실린 독일계 무역상 세창양행의 광고가 한국 최초의 신문 광고로 기록됩니다. 광고주는 대부분 '양행(洋行)' 외국계 무역회사들이었습니다. 서양을 향한다는 뜻의 이 단어처럼, 신문에는 근대 문물이 쏟아졌습니다.
의약품이 최대 광고 품목이었습니다. 콜레라·결핵 등 질병이 일상이던 시대, 광고 문법은 단순했습니다.
광고의 중심축이 인쇄에서 라디오로 이동한 시기입니다. "소리의 시대"가 열리자 멜로디가 무기가 됐습니다. 국내 최초 CM송은 소주 회사의 '차차차 송' 노래방 기기에 등록될 만큼 대중화된 이 곡은, 어린아이들까지 따라 불러 광고의 아동 영향 논란을 최초로 불러일으켰습니다.
1970~80년대에는 기존 유행가를 광고에 쓰는 것이 불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멜로디와 가사로 이뤄진 징글(jingle)이 폭발적으로 제작됐습니다. 작곡가 윤형주가 이 시대의 대표적 징글 메이커였습니다.

컬러 TV 등장으로 오디오와 비주얼을 동시에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스타 마케팅이 필수가 된 시대입니다. 대표 사례는 커피믹스 광고 배우 김진규의 지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커피의 브랜드 DNA가 됐습니다. 이 전통은 안성기(38년) → 이나영(24년) → 원빈(16년) → 공유로 이어집니다.
가전 분야에서는 금성사 vs 삼성전자의 카피 대결이 유명했습니다.
이 라이벌 구도는 OLED vs QLED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소피 마르소, 주윤발 등 해외 스타가 광고에 등장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광고가 기능 설명을 넘어 유행어와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로 접어든 것도 이때입니다.

경기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것이 광고 예산입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경쾌한 CM송이 사라지고 절약과 공익이 전면에 섰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는 기업 이미지 광고가 쏟아졌습니다. "우리 기업 무너지지 않았다", "한국 경제와 함께 간다"는 메시지. 위기 이후에는 카드 광고가 희망을 팔았습니다.
경제적 상처를 입은 국민에게 던진 희망의 언어가 역대급 히트를 쳤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바라본 업종이 있었습니다. 통신사와 인터넷 포털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입니다. 전지현이 검색 모자를 쓰고 등장한 포털 광고가 그 상징입니다.
1990년대는 김혜수, 이영애, 전지현이 CF계를 장악한 시대입니다. "이영애의 하루" 한 배우가 광고한 작품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손흥민의 하루'로 계승됩니다.)
소주 광고의 변신도 이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25도의 독한 술, 남성 노동자의 음료였던 소주가 도수를 낮추면서 당대 최고 여성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기 시작합니다.
시청자가 유저로 바뀌었습니다. 주의력(attention)을 두고 수백 개의 플랫폼이 경쟁하는 시대.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숏폼이 지배하는 것 같은 지금 유튜브에서는 롱폼이 다시 유행합니다. 5초짜리 스킵 광고와 2~3분짜리 브랜드 필름이 공존합니다. 광고의 문법이 사라지는 시대,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어떻게 유저를 참여시킬 것인가.
오일쇼크엔 절약을, IMF엔 희망을, 저성장엔 소확행을 팔았습니다. 한 시대의 욕망과 공포, 유머와 감수성이 30초 안에 압축된 것이 광고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피드에 뜨는 광고도, 20년 후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의 기억이 될 것입니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이 8음절이 수십 년을 버틴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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