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의 설렘, 제주도에서 숨을 쉬다
와인병다육이부부의 3박 4일 제주 여행기 1일차
비몽사몽, 제주 하늘을 날다
새벽 4시.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는 시각, 우리 부부는 아들의 차에 몸을 실었다.
눈은 반쯤 감겨 있고, 몸은 이불 속을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이미 제주의 파란 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도 비몽사몽, 그 상태 그대로 비행기에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아, 우리 정말 제주 가는구나.
창밖으로 구름 위의 세상이 펼쳐지는 동안 선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제주국제공항이었다.

공항에서 마주한 세계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잠시 멍했다.
여기가 국내 여행지가 맞나?
사방에서 들려오는 중국어, 히잡을 두른 이슬람 여성 여행객, 피부색도 언어도 다양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며 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바퀴가 바닥에 긁히는 소리, 여러 언어가 뒤섞인 소음, 그 안에서 우리 부부는 한동안 그 풍경에 넋을 잃고 서 있었다.
그리고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 하나.
그동안 틈틈이 공부해온 경제 이야기들, 환율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 이야기가 이 공항 풍경과 겹쳐 보였다. 단순한 근로자가 아닌 해외여행을 즐기는 중국, 동남아 여행객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계는 더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첫걸음부터 소소한 깨달음을 얻은 셈이다.

렌터카를 인수하고, 이제 진짜 시작!
렌트 안내 버스를 타고 이동해 렌터카를 인수받은 순간, 여행은 비로소 우리 것이 되었다.
제주 서부에서 출발한 우리의 첫 목적지는 이호테우 해수욕장(이호해수욕장). 제주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탁 트인 해안선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 이호테우 해변, 눈이 시리도록 파란 그곳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새벽부터 이어진 피로가 싹 날아갔다.
오렌지빛 새벽 햇살이 바다 위를 미끄러지며 반짝이고, 아직 이른 아침임에도 청소 조끼를 입은 분들이 해변을 정성스럽게 쓸고 있었다. 누군가의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이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손길이 분주하다는 것이, 괜히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방파제 끝에는 이 해변의 상징, 붉은 말과 흰 말 모양의 등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제주 전통 조랑말을 형상화한 이 독특한 등대는,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그림 같았다. 잔잔한 수면 위로 등대의 실루엣이 비쳐드는 풍경은,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고요한 아름다움이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야자수들이 바람에 살랑이고, 모래사장 위로 멀리 한라산의 웅장한 능선이 보였다. 국내에서 야자수와 화산섬의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제주는 역시 제주였다.

멍 때리기, 최고의 여행법
우리 부부는 한동안 그냥 걸었다.
말없이,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발밑에서 서걱이는 모래를 느끼며. 그동안 쌓였던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파도와 함께 밀려왔다 쓸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울왈프(우리 왈왈 프렌즈, 즉 반려견)와 함께 해변 산책을 하며 카메라 셔터를 이리저리 눌러댔다.
해변 곳곳에는 이호동의 역사와 테우(전통 뗏목 고깃배)에 관한 안내판이 만화 형식으로 세워져 있었다. 옛날 이곳 어부들이 테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생선을 잡고, 해녀들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던 삶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관광지이기 전에, 이곳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음을 조용히 되새기게 되는 순간이었다.
해수욕장 한편에는 제주해양관광레저센터 건물과 함께 귀여운 마스코트 조형물도 있었는데, 어부와 해녀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가 이 해변의 정체성을 잘 담아낸 것 같아 기분 좋게 셔터를 눌렀다.











에그타르트로 채운 첫 끼니 Eggultart 카페
한참을 걸으니 배고픔이 슬그머니 찾아왔다.
새벽 4시부터 움직인 몸이 드디어 밥을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해변 근처에서 발견한 에글타르트(Eggultart) 카페. 야자수 사이로 솟아 있는 감각적인 외관과, 입구에 세워진 귀여운 캐릭터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통 제주 돌담과 초가지붕 스타일의 건물이 어우러진 이 카페는, 안에 들어서니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초록색 트레이 위에 놓인 에그타르트 세트 — 달걀 모양의 앙증맞은 빵, 진한 에그타르트, 그리고 두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새벽부터 달려온 우리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브런치였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하고 촉촉한 타르트와 진한 커스터드 크림의 조화가 입 안에 퍼지며, 이제 진짜 여행이 시작됐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마치며
제주 첫날, 우리는 특별한 것을 한 게 없다.
새벽에 일어나 비행기 타고, 차 몰고, 해변 걷고, 에그타르트 먹고. 그게 전부다.
그런데 왜인지 이 단순한 하루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파도 소리, 말 등대, 야자수, 그리고 옆에서 걷고 있는 울왈프의 발소리까지.
제주는 언제나 그렇게, 별거 없는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제주의 자연과 맛집을 더 깊이 탐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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