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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경제이야기

금값은 왜 떨어졌을까 2026년 자산시장이 깨버린 상식들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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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은 왜 떨어졌을까: 2026년 자산시장이 깨버린 상식들

"전쟁이 나면 안전자산인 금값이 오른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상식이 최근 몇 달 사이 정면으로 깨졌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라는, 누가 봐도 '위험한 신호'가 터졌는데도 금값은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상상인증권 백영찬 리서치센터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요즘 자산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낯선 현상들을 데이터와 함께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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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을 움직이는 건 전쟁이 아니라 '복합 변수'다

금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한 가지가 아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처럼 직관적인 요인도 있지만, 경기 침체 여부, 달러 강세·약세, 그리고 금리라는 세 가지 변수가 항상 함께 작동한다. 경기가 침체되면 위험자산(주식) 대신 안전자산인 금으로 돈이 몰리고, 달러가 약세일 때도 금이 대안으로 부각된다. 반대로 금리가 오른다는 건 '돈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라서,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최근 금값이 빠졌던 진짜 이유는 최근자료에 따르면 두 가지였다. 첫째, 경기가 침체된 게 아니라 오히려 반도체·바이오 주가가 강하게 오르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커졌고, 둘째, 작년부터 워낙 많이 오른 금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전쟁이 터진 이후의 흐름이다. 보통이라면 전쟁=위험=금값 상승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는 와중에도 코스피와 미국 증시가 오히려 더 올랐다. 이 현상을 두고 인터뷰에서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 즉 "나만 돈을 못 번다"는 불안감이 위험자산 쏠림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같은 기간 한국 국고채 10년물·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동반 상승했음에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권을 유지했던 것은, 전통적인 '금리 상승 = 주가 하락'이라는 교과서적 관계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코스피는 오르는데 700개 종목은 파랗다

이번 강세장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쏠림'이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어느 날 코스피 거래일에는 상승 종목이 136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 종목은 757개에 달했다. 그런데도 지수는 8,900포인트대를 오르내리는 신고가권을 형성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어서,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 기존에 들고 있던 화학·소재 등 다른 종목을 팔고 반도체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흐름의 근거로 제시된 숫자도 인상적이다. 한국의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이 약 10%대로, 1970년대 초반 고도성장기 이후 약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숫자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 보면 성장률은 1%대로 뚝 떨어진다고 한다. 결국 이번 GDP 호조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가격'이 만들어낸 숫자라는 뜻으로, 인공지능 수요에 따른 메모리·파운드리 가격 상승이 그만큼 한국 경제 전체의 통계를 좌우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새 연준 의장의 첫 데뷔, 그리고 매파적 신호

인터뷰가 다루는 또 하나의 핵심 변수는 통화정책이다. 새로 취임한 연준 의장(케빈 워시로 지칭됨)의 첫 FOMC 회의에서는 물가 안정을 경기보다 훨씬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졌고, 점도표상으로도 과반수의 위원이 올해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 전망이 기존 3.4%에서 3.8%로 상향 조정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인터뷰는 이번 인상 신호를 '본격적인 인상 사이클의 시작'으로 단정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로 꼽힌 게 유가다. 미국 물가에서 주거비(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지만, 렌트비는 계약 주기상 천천히 계단식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유가는 즉각적으로 물가에 반영되는데, 중동 전쟁 이슈가 일부 해소되면서 유가가 서서히 하향 안정될 경우 물가 압력 자체가 완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래서 인터뷰에서는 연내 한 차례 인상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는 동결(wait and see)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본다.

종전인데 왜 유가는 여전히 80달러대일까

전쟁이 일단락됐다는 뉴스가 나왔는데도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WTI 60달러대)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도 짚을 만하다. 인터뷰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초기에 걸프 지역의 원유 정제·저장 설비 자체가 드론 공격으로 손상을 입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외부 데이터를 보면, 이번 호르무즈 사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25%, 전체 석유 소비의 약 20%가 한꺼번에 위협받았고, 이에 대응해 미국은 자국 전략비축유(SPR)에서 1억7,200만 배럴을 풀었다. 그 결과 미국의 SPR 재고는 1983~84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렇게 한 번 깎여나간 인프라와 비축분은 종전 선언 한 번으로 곧바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유가는 '서서히' 빠지는 경로를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제시한 연말 WTI 전망치(80달러 초반)도 이런 인프라 회복 속도를 반영한 숫자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셰일 오일·가스 생산이 다시 늘어나고 있고, OPEC 내부적으로도 회원국들의 이탈이 이어지며 카르텔로서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유가 안정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미국은 2025년 한 해 하루 평균 1,360만 배럴이라는 사상 최대 산유량을 기록했고, 내년에는 여기서 100만 배럴 이상 추가 증산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SPR을 다시 채우는 일은 '눈치 싸움'이라는 표현처럼, 유가를 다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며 천천히 진행될 거라는 게 인터뷰의 결론이다.

중동산 원유, 줄이고 싶어도 다 줄일 수 없는 이유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대목은 원유 '품질'의 문제다. 중동산 원유는 점도가 높고 황 함량이 많은 '헤비 사워오일'인 반면, 미국산 WTI는 점도가 낮고 황이 적은 '라이트 스위트오일'이다. 한국의 정유 설비는 수십 년간 중동산 헤비오일에 맞춰 설계돼 있어서, 단순히 공급처를 미국산으로 바꾼다고 해서 같은 수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인터뷰 속 비유—10km 레이스에 맞춰진 선수가 5km를 뛴다고 더 빨리 뛰는 게 아니라는 설명—가 정확히 짚어주는 지점이다. 그래서 중동산 의존도를 10~20% 정도는 낮출 수 있어도, 설비 구조상 40% 내외는 계속 중동산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며

이번 인터뷰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과거의 공식이 더 이상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전쟁이 나도 금값이 안 오르고, 금리가 올라도 주가가 빠지지 않으며, 종전이 선언돼도 유가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유동성과 투자자들의 심리, 그리고 산업 구조의 변화(반도체·AI 쏠림)가 전통적인 매크로 공식 위에 새로운 변수를 계속 얹고 있는 셈이다. 자산시장을 읽을 때 한 가지 지표나 한 가지 사건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여러 변수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 본 글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미 에너지부 전략비축유(SPR) 공식 발표 등을 참고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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