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BLECOIN WAR
테더·서클이 20년 지킨 아성에
140개 기업이 도전장을 던졌다
비자, 마스터카드, 블랙록, 구글, 코인베이스, 그리고 삼성전자와 두나무까지. 이름값만으로도 시장을 흔든 새 달러 스테이블코인 'OUSD'가 던진 질문은 하나다 스테이블코인의 수익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조용하던 스테이블코인 업계에 지진이 일었다. 발행사 하나 없이 140여 개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뭉쳐 새로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OUSD(Open USD)'를 세상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명단을 확인한 시장은 술렁였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같은 결제 공룡부터 블랙록, 코인베이스, 구글, IBM, 심지어 삼성전자와 신한금융그룹, 두나무까지. 웬만한 핀테크 컨퍼런스 참가 명단이라 해도 믿을 법한 라인업이었다.
그리고 그 파장은 곧바로 숫자로 나타났다. 발표 당일 미국 증시에서 서클 주가는 장중 16% 넘게 급락했고, 코인베이스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겉보기엔 또 하나의 코인 프로젝트 소식 같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몇 년간 테더(USDT)와 서클(USDC)이 사실상 양분해 온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거대한 파이를 둘러싼 근본적인 룰 체인지가 자리하고 있다.
01 기존 판도
테더와 서클, 두 회사가 나눠 가진 시장
먼저 지금의 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총 유통 규모는 약 3,004억 달러. 이 중 압도적 1위는 테더가 발행하는 USDT로, 시장의 61.4%인 1,844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서클의 USDC로 24.4%(733억 달러). 두 코인을 합치면 시장의 85.8%, 사실상 시장 전체를 두 회사가 쥐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는 USDS(3.3%),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의 USD1(1.5%), 그 외 군소 코인들(9.3%)이 나눠 갖는 구조다.

이 구조의 핵심은 '수익이 누구에게 가는가'였다. 테더와 서클은 이용자가 맡긴 달러(준비자산)를 미국 국채 등에 굴려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려왔지만, 정작 코인을 실제로 유통시키는 카드사·거래소·플랫폼 기업들에게는 그 수익이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 유통망은 남이 깔아주는데, 곳간 열쇠는 발행사 혼자 쥐고 있던 셈이다. OUSD는 바로 이 지점을 정조준한다.
02 OUSD란
발행사 없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이 함께 만든다
OUSD를 주도하는 곳은 '오픈스탠다드(Open Standard)'라는 독립 비영리 성격의 운영 법인이다. 창립 CEO는 잭 에이브럼스로, 스트라이프가 11억 달러에 인수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브릿지'의 공동창업자 출신이다. 그는 이번 발표에서 대규모 이용을 지원하면서도 비용은 낮고 처리량은 높으며, 참여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개방형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의 글로벌 시장 개발 책임자 사마라 코언은 OUSD가 기업들이 토큰화된 가치와 인터넷 기반 결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코인베이스 최고사업책임자 샨 아가왈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현재 결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이라며 다양한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운영 기준과 위험 관리 체계를 OUSD에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했다. 카드 결제망의 신뢰도를 코인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아직 세부 사항이 다 채워진 것은 아니다. OUSD가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될지, 준비자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출시 시점 역시 '올해 하반기'로만 제시된 상태다.
03 참여 기업
결제망을 쥔 기업들이 한자리에
OUSD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명단이다. 새로운 코인 하나가 나오는 것과, 실제로 전 세계 결제를 처리하는 기업들이 동시에 서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갖는다.

흥미로운 대목은 테더와 서클, 정작 시장을 지배해 온 두 회사는 이 명단에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발표를 두고 '기존 판을 흔드는 사건'으로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04 시장 반응
발표 하루 만에 증발한 서클의 시가총액
숫자는 정직했다. OUSD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증시에서 서클 주가는 장중 최대 17.6%까지 급락했다. 코인베이스 주가도 함께 흔들렸다. 이제 막 발표만 된, 출시조차 안 된 프로젝트 하나가 상장사 시가총액을 하루 만에 수십억 달러어치 흔든 셈이다.

물론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OUSD가 아직 출시조차 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인 만큼 USDC가 빠르게 점유율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는 성급하다고 짚었다. USDC는 이미 730억 달러 규모로 발행돼 유동성과 선점 효과를 갖추고 있고, 오픈스탠다드 참여 기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OUSD를 활용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발행사 위주의 사업에서,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의 실제 쓰임을 가진 기업들로 힘이 옮겨가는 시작점이다."
05 전문가 시각
진짜 위협은 '기술'이 아니라 '유통망'
김민승 · 코빗 리서치센터장
테더가 미카(MiCA)와 지니어스법(GENIUS Act)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디지털 유로달러'에 가까운 위치로 밀려나는 가운데, 규제를 준수하는 스테이블코인 중에서는 서클의 USDC가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지켜왔다. 굵직한 이름들이 대거 참여한 OUSD는 바로 그 USDC의 자리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Rhino.fi 공동창업자 겸 CEO, 윌 하본
비자, 스트라이프, 마스터카드, 코인베이스, 구글이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에 동시에 나섰다는 신호는 명확하다는 것. 준비금 수익이 발행사가 아닌 보유자 전체에게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OUSD는 테더와 서클의 점유율을 실질적으로 빼앗을 수 있는 첫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시장 분석가 Brites (Yellow.com)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고 짚었다. 출시 시점 기준으로 확립된 시장 깊이도, 주요 거래 페어도 없는 데다 다수 이해관계자가 조율해야 하는 복잡한 거버넌스 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수수료 모델 역시,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진 기존 강자들에 비해 인센티브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카드 네트워크, 프로세서, 은행, 거래소, 자산운용사를 하나의 스테이블코인 아래 모았다는 점에서, 과거의 어떤 컨소시엄 모델보다 훨씬 무게감 있는 시도라는 평가다.
06 한국의 셈법
왜 삼성전자와 두나무는 서명했나
국내 기업 13곳의 참여를 두고 업계는 '당장의 사업 참여'라기보다 '자리 선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측은 업비트가 OUSD 발행에 직접 참여하는 단계는 아니며, 향후 오픈스탠다드의 생태계 확장에 참여할 의향을 밝힌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월렛과 디지털 결제 접점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결제 인프라 변화에 선제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그룹과 카드사들은 해외 결제·정산 구조 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위치에 있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자산 서비스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차원이다.
더 넓게 보면, OUSD의 등장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도 무형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망이 글로벌 결제·정산망을 타고 먼저 확대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제도화 이후 실제 활용처와 유통망 확보 경쟁에 곧바로 직면할 수 있어서다. 다만 두 코인의 쓰임 자체가 다른 만큼, 직접적인 대체 관계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CLOSING
결국 관건은 '실제로 쓰이느냐'
OUSD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어떤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일지, 준비자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할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럼에도 시장이 하루 만에 서클의 시가총액을 흔들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단순하다 — 이번엔 참여 명단 자체가 유통망이기 때문이다. 코인을 만드는 것과, 그 코인을 실제로 지갑과 카드와 결제창에 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OUSD는 후자를 가진 기업들이 뭉쳤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어떤 '테더 대항마'와도 결이 다르다. 관건은 이 140여 개 기업이 발표 이후에도 실제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OUSD를 자사 서비스에 심느냐, 그 한 가지로 좁혀진다.

본 기사는 2026년 6월 30일~7월 1일 보도된 국내외 언론 및 업계 발표를 바탕으로 정리한 콘텐츠이며, 투자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OUSD는 아직 정식 출시 전 프로젝트로, 세부 사항은 향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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