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턱에서 만난 순천국가정원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발걸음을 멈추다.
2026년 3월, 통영 동파랑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순천으로 향했다.
설레는 입장권, 그리고 첫 만남
통영 동파랑의 색채 가득한 감동을 마음에 품은 채, 다음 목적지는 순천만국가정원이었다. 자동차는 서문을 향해 달렸지만, 동행한 왈프의 고집 덕분에 우리는 동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정원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두 발로 걸으며 느끼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두 장의 입장권을 손에 쥐는 순간 이용일 2026년 3월 3일, 성인 개인권 왠지 모를 설렘이 차올랐다. 오늘 이 큰 정원을 과연 다 볼 수 있을까? 그 걱정이 기우였음을,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깨달았다.



입구에서 압도당하다. 2026의 초록 숫자와 황금빛 언덕
입장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저절로 발이 멈췄다.
초록 잔디로 만들어진 '2026' 조형물이 흰 꽃장식을 두르고 서 있고, 그 너머로는 황금빛 억새가 덮인 완만한 구릉들이 물결치듯 이어졌다. 하늘은 뭉게구름을 풍성히 걸치고 있었고, 차가운 봄바람이 볼을 스쳤다. 이국적이면서도 어딘가 한국의 정서가 스며든 풍경 바로 순천국가정원의 첫 인상이었다.
붉은 아치 포토존에는 '새해복 많이 받아가는' 글귀와 함께 복주머니 캐릭터들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형 빨간 복주머니 풍선까지 마치 새해 인사를 한 달 늦게 건네받는 기분이었다.





고즈넉한 소나무 숲길과 국제정원박람회의 흔적
입구 한켠에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고고하게 서 있었다. 가지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품위가 느껴졌다. 그 아래 삼각 지붕의 건물과 나무벤치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조금 더 걸으니 큰 바위에 새겨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그 뒤로 펼쳐진 황금빛 언덕과 수상 목교의 조화. 이 정원이 얼마나 특별한 역사를 품고 있는지, 돌 하나가 말없이 전해주고 있었다.




봄을 준비하는 꽃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정원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이 여행에서 가장 오래 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었다.
아직 잎을 피우지 않은 나무들이 양쪽으로 늘어서고, 가지마다 흰 등불 조형물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가운데 꽃밭에는 노란 팬지와 보라색 비올라들이 소복하게 피어 봄을 예고하고 있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꽃잎 하나하나가 햇살에 투명하게 빛났다.
겨울을 막 지난 나무들의 나신(裸身) 사이로, 꽃들의 생기가 더욱 도드라졌다. 봄은 이렇게, 조금씩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핑크 아치 로즈가든 여름을 기다리는 장미의 겨울
가로수길을 지나면 나타나는 로즈가든. 아직 장미는 모두 가지만 남긴 채 겨울잠에 빠져 있었지만, 선명한 핑크색 격자 아치들이 그 자리를 화사하게 채우고 있었다. 크리스탈 샹들리에 장식이 아치마다 매달려, 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이 정원이 장미가 만개한 계절에는 얼마나 황홀할까 ?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나란히 줄 선 짚으로 감싼 나무들이 마치 봄을 기다리는 수호자들처럼 보였다.




호수와 황금 언덕, 그리고 목교의 시(詩)
정원의 심장은 단연 넓은 호수와 황금빛 구릉이다.
물 위를 가로지르는 길쭉한 목교는 곡선을 그리며 언덕과 언덕을 잇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호수 풍경은 한없이 평온했다. 오리들이 무리를 지어 유유히 헤엄치고, 멀리 흰 카페 건물이 수면에 어리비쳤다.
파란 데크 다리 위를 걸으며 내려다본 호수는, 하늘빛을 그대로 담아 더 깊어 보였다.




호수 너머의 유럽풍 카페
목교 끝에서 바라보이는 유럽풍 흰 건물. 웅장한 계단과 기둥, 발코니가 있는 카페는 마치 이탈리아 어느 빌라를 옮겨놓은 듯했다. 월요일이라 내부는 운영하지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풍경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었다.




오늘의 여운
월요일이라 셔틀이나 편의 시설은 모두 쉬고 있었다. 오롯이 두 다리만 믿고 걸은 국가정원 나들이. 규모에 압도당하면서도, 이리저리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바쁜 행복한 시간이었다.
순천국가정원은 한 번의 포스팅으로 다 담기엔 너무 넓고, 너무 아름다웠다.
다음 편에서는 더 깊숙한 곳의 풍경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계속 함께해 주세요.
순천만국가정원 전라남도 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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