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je · Mae-mi Castle
한 사람의 집념이 쌓은 바다 위의 성
거제도 매미성 2026년 3월의 기록
Now I'll create a beautiful, emotional blog post capturing this Geoje Island travel story.
A Story of Stones & Sea
설계도 한 장 없이,
오직 손으로 쌓아 올린 성벽


거제시 장목면 매미성 그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
구조라항의 아쉬움을 가슴에 품은 채, 차는 거제도 서쪽 끝 장목면을 향해 달렸다. 다음 목적지는 매미성.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2003년, 경작지를 잃은 한 시민이 홀로 천년 바위 위에 돌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설계도 한 장 없이, 기계도 없이. 오직 손으로, 오직 집념으로.
안내판의 글귀가 마음에 걸렸다. "그 규모나 디자인이 설계도 한 장 없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유럽의 중세 성벽을 연상케 한다는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이미 성 앞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하고 있었다.
계단식으로 이어지는 석성과 그 너머 남해 이것이 매미성의 첫인상이었다.



첫눈에 숨이 멎었다. 바닷가 절벽을 따라 층층이 올라간 석성. 네모반듯한 돌들이 시멘트로 빈틈을 메우며 촘촘하게 쌓여 있고, 그 위로 소나무 몇 그루가 모양을 잡고 앉아 있었다. 멀리서 보면 유럽 어딘가의 고성 같고, 가까이서 보면 한 사람의 평생이 새겨진 기도 같았다.

석성 위에 얹힌 현대적인 카페 건물. 과거와 현재가 이상하게 잘 어울렸다

한 사람이 삽 하나로 바위를 깎고 돌을 쌓았다.
재난이 앗아간 삶의 터전 위에,
그는 새로운 세계를 세웠다.


성벽 위에서 바라본 남해와 거가대교 이 뷰 하나로 모든 것이 보상된다
성벽을 따라 걸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돌길 위로 발을 옮길 때마다, 저 아래로 남해가 펼쳐졌다. 멀리 거가대교가 실처럼 수평선에 걸려 있고, 파도가 자갈밭을 쓸고 또 쓸었다. 구름 사이로 빛이 비집고 내려오는 순간, 바다는 잠시 청록색으로 빛났다.



누군가 하나하나 쌓아 올린 소원 돌탑들 바다를 바라보며 작은 소망을 빌었다
해변 곳곳에 돌탑들이 서 있었다.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 올린 납작한 돌, 둥근 돌, 거친 돌들의 탑. 그 위에 작은 돌 하나를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은 마지막 손길이 느껴졌다. 매미성의 석벽과 이 작은 돌탑들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쌓는다는 행위 자체가 기도이고, 집념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지금도 성벽은 자라고 있다 공사 중인 석벽 앞에서 혼자 돌을 고르는 사람

놀라운 것은, 지금도 성벽이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붉은 흙 위에 새 돌을 고르는 사람, 시멘트를 바르고 있는 손길. 완성이 없는 성. 살아있는 성. 매미성은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현재의 행위였다. 매 돌 하나가 오늘의 기도였다.






비둘기 한 마리가 테이블 사이를 거닐었다 이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맺음말을
태풍이 앗아간 땅 위에
한 사람이 돌을 쌓았다.
이십 년의 세월이 성벽이 되었고,
집념이 풍경이 되었다.
외도의 꽃은 못 보았어도,
매미성의 돌 하나하나에서
더 오래된 아름다움을 보았다.
다시 거제도에 온다면,
나는 분명 이 자갈밭을 먼저 걸을 것이다.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창조적이고 유니크한 와인병다육이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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