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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테리어

동피랑 하늘 아래 가장 화려한 골목 벽화와 항구가 빚어낸 봄의 정경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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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하늘 아래 가장 화려한 골목
통영여행 벽화와 항구가 빚어낸 봄의 정경
2026년 봄
경남 통영시 동피랑마을

거제에서 통영으로, 그리고 동피랑으로
거제도의 바닷바람이 아직 옷깃에 남아 있을 때, 우리는 통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통영은 이번이 세 번째. 처음엔 낯선 항구 도시였고, 두 번째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더 깊이 들어갔다면, 이번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듯한 반가움이 앞섰다.

동피랑(東피랑). "동쪽의 벼랑"이라는 뜻을 품은 이 작은 언덕 마을은 통영 중앙시장 뒤편에 자리해, 골목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캔버스다. 철거 위기에 처했던 마을이 예술의 옷을 입고 기적처럼 부활한 이야기 그 현장을 오늘, 다시 걷는다.

동피랑 입구 화려한 아치 아래로
동피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형형색색의 아치가 세워져 있다. 파란 기둥 위로 뻗어 나간 주황과 초록의 곡선, 그리고 맨 꼭대기에 달린 날개 장식이 아치 하나만으로도 이미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입구 안내도에 그려진 지도를 보며 어떤 골목부터 가볼까 루트를 그려본다. 동포루, 전망대, 수공예 공방, 그리고 수십 개의 벽화 포인트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는 달콤한 걱정이 밀려온다.

소소한 골목길, 동피랑
파란 돌담 위에 황금빛 글씨로 새겨진 "소소한 골목길 동피랑" 그 옆에 새하얀 날개 한 쌍이 피어 있다. 이 날개 앞에 서면 누구나 잠시 천사가 되는 기분이다. 관광객들이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이 공간은, 말없이 동피랑이 왜 사랑받는지를 설명해 준다.

벤치 위의 할머니
오르막 계단 중간쯤, 벤치에 혼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할머니를 만났다. 처음엔 실제 마을 주민인 줄 알았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정교한 조각상임을 알았다. 조각상은 통영의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이 작은 예술 작품 하나가 마을의 세월과 삶의 온기를 전해 준다.

조각상 뒤로 펼쳐지는 통영 시내의 풍경 고층 아파트와 산, 그리고 회색빛 하늘이 겹쳐지며 도시의 일상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통영 항구
동피랑의 진짜 선물은 골목을 오를수록 드러난다. 좁은 계단 끝, 시야가 탁 트이는 순간 통영의 항구가 눈 아래 펼쳐진다. 크레인이 서 있는 조선소, 파란 바다 위를 오가는 배들, 그리고 항구를 감싸안은 낮은 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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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골목의 서정
동피랑에서 가장 감성적인 구간을 꼽자면 단연 파란 골목이다. 양쪽 담벼락을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인 이 좁은 길 끝으로 통영 시내가 보인다. 황금빛 화살표와 "향기 체험" 안내, "향수 공방 루미노소" 간판이 분위기를 더한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골목이다.

봄이 오는 길목
동피랑 건강(금연)거리 입구에는 붉은 동백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었다. 아직 완전한 봄은 아니지만, 꽃봉오리 사이사이로 봄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여기는 마음 따뜻한 커피숍입니다"라고 쓰인 보라색 담장 문구도 정겹다.

색색의 지붕, 통영의 팔레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통영의 지붕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추상화다. 산호빛 기와, 하늘색 슬레이트, 주황빛 지붕... 그 뒤로 완만하게 솟은 봉황산 정상에는 작은 정자 하나가 그림처럼 앉아 있다. 그 아래로 동백꽃 울타리가 짙은 자줏빛으로 물들어, 색의 향연을 완성시킨다.

동포루 역사가 품은 전망대
동피랑 꼭대기에 자리한 동포루(東砲樓)는 1694년(숙종 20년)에 세워진 군사 초소다. 형형색색의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단청이 화려한 정자 처마 아래서 통영의 바다를 내려다보면, 이순신 장군이 이 바다를 지켰을 그 시절이 아득하게 떠오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통영 강구안의 풍경은 압권이다. 빨간 거북선이 항구에 떠 있고, 건너편 해안을 따라 상가들이 줄지어 서 있으며, 그 너머로 미륵산과 남해의 섬들이 겹쳐진다.

강구안의 봄 배와 다리와 바다
동포루에서 바라보는 강구안의 전경은 매번 와도 새롭다. 흰색 아치 다리 너머로 조선소의 크레인이 우뚝 서 있고, 어선들이 촘촘히 정박해 있는 포구 옆으로 도시의 일상이 조용히 흘러간다. 이 풍경 안에 통영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지붕 위의 새들
내려오는 길, 하얀 벽에 알록달록한 새 조각들이 지붕 위에 줄지어 앉아 있는 집을 만났다. 황금색, 연두색, 하늘색 왕관을 쓴 새들이 통영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은 동피랑의 수많은 볼거리 중에서도 특히 유쾌하고 발랄하다. 벽 아래쪽에는 모자이크 벽화가 이어지며 통영의 섬과 바다를 표현하고 있다.

골목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파란 문 하나가 열려 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좁은 길에는 도화지 같은 흰 벽에 물고기와 바닷가 마을이 그려져 있고, "반담 바닷길"이라는 글씨가 정겹게 새겨져 있다. 동피랑의 골목은 그 자체가 한 편의 그림 동화다.


팽나무 아래 쉬어가다
내리막길 한편에 오래된 팽나무 여러 그루가 넓은 데크 위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통영 항구의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 햇살이 부서진다. 여행의 피로가 나무 그늘 속에서 스르르 녹아내린다.

동피랑 마을, 전망대 가는 길
모자이크 벽화 위에 새겨진 "동피랑 마을" 글씨와 "전망대 가는 길" 화살표. 리어카를 끄는 아주머니 그림과 함께 놓인 이 안내판은 단순한 이정표를 넘어 마을 사람들의 삶을 담은 예술 작품이다. 한때 이 언덕에서 매일 장을 이고 날랐을 통영 사람들의 일상이 그림 속에 살아 숨쉰다.

동피랑을 떠나며
동피랑을 내려오는 발걸음은 언제나 조금 아쉽다. 이 작은 언덕에서 우리는 벽화 속 이야기와, 항구를 바라보는 조각상과, 지붕 위의 새들과, 파란 골목의 서늘한 바람을 만났다. 그리고 통영이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는 도시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세 번째 통영, 세 번째 동피랑. 그래도 아직 다 보지 못한 골목이 있고, 아직 마시지 못한 바닷바람이 있다. 그래서 또 올 것이다. 봄꽃이 활짝 피었을 때, 아니면 여름 바다가 은빛으로 반짝일 때—동피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동피랑은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어지는 곳,
그리고 올 때마다 새로운 벽화가 기다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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