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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테리어

성산일출봉 두 번의 발걸음 비 속에서도 햇살 아래서도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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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일출봉, 두 번의 발걸음  비 속에서도, 햇살 아래서도

[와인병다육이부부의 제주 3박 4일 · 3일차]

아침을 먹고 창밖을 내다보니 빗줄기가 제법 굵다.
"비 오는 날 제주는 또 다른 얼굴이라더니."
우산 대신 핸들을 잡았다. 오늘은 드라이브로 성산일출봉을 만나러 가는 날.

🌧️ 첫 번째 기억 유리창 너머로 바라본 성산
차창에 빗방울이 맺힌다. 와이퍼가 좌우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성산일출봉의 웅장한 실루엣이 안개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 저 산이구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서도 우리는 한동안 차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성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으니까. 빗속의 성산은 날이 맑을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초록빛 능선 위로 안개가 낮게 깔리고, 잿빛 하늘과 검은 현무암 절벽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수묵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았다.
주차장에는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관광객들, 중국어가 적힌 검은 투어 버스들, 우비를 입고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로 여전히 북적였다. 비가 와도 성산은 성산이구나.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얼굴.
우리는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생각했다.
"2주 전에 울왈프가 맑은 날에 저기 올라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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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기억 2주 전 그날의 성산
시간을 조금 되감아보자.
2주 전, 울왈프는 직장동료들과 함께 성산일출봉을 찾았다. 그날은 달랐다. 구름 사이로 흐릿하게나마 해가 비쳤고, 성산의 초록이 한층 더 선명하게 빛났다.
입구에서 마주한 커다란 돌덩어리 城山日出峯이라 새겨진 표지석 앞에 서면 절로 자세가 곧아진다. UNESCO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그 무게가 돌에 새겨진 글자에서도 느껴진다.
나무 울타리를 따라 걸으며 올려다본 일출봉은 가까이서 볼수록 더 압도적이었다. 저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화산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니. 자연이 수십만 년에 걸쳐 조각한 예술품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개를 젖히고 바라보는 것뿐이다.
정상에 오르면 일출봉 정상 (해발 약 180m) 이라는 표지판이 기다린다. 그리 높지 않아 보여도 막상 올라서면 사방이 트이며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흐릿하게 맞닿는 그 지점에서, 직장동료들과 나란히 서서 바람을 맞았을 울왈프를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그리고 내려오는 계단에서 바라본 절벽 바다를 향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검은 현무암 벽과 그 아래 아득히 펼쳐진 짙푸른 바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그 감동을 다 담을 수가 없다.

☕ 비 오는 날의 위로  우도 카페 우땅
성산을 차 안에서 감상한 우리에게 비는 또 다른 선물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비 오는 날엔 카페지."
들른 곳은 JEJU 우도 café 우땅. 트레이 위에 가득 차려진 오늘의 위로 너트와 크림이 풍성하게 올라간 와플, 초콜릿 소스가 흐르는 아이스크림 두 컵, 그리고 따뜻한 커피 두 잔.
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오늘 못 올라간 성산일출봉을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올라보면서 커피 한 모금.
괜찮아, 다음엔 꼭 맑은 날에 같이 오자.

💬 마치며
성산일출봉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맑은 날엔 그 웅장함이 한껏 뽐내지고, 비 오는 날엔 신비롭고 몽환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두 번 보아도 매번 새롭고, 두 번 보아도 또 오고 싶어지는 곳.
울왈프는 동료들과 함께 맑은 날의 성산을 가슴에 담았고, 나는 빗속의 성산을 유리창 너머로 가슴에 새겼다.
언젠가 우리 둘이서 함께, 맑은 하늘 아래 그 정상에 나란히 서는 날이 오겠지.
그날을 기약하며 와인병다육이부부의 3일차는 그렇게 흘러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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