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제주 우리만의 시간 함덕과 김영비치를 걷다
제주 여행 3일차.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오후 들어 잠잠해졌다. 하늘은 여전히 두꺼운 구름으로 덮여 있었지만, 비가 그친다는 것만으로도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법이다. 우리 부부는 우산을 접고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함덕해수욕장 흐린 날도 아름다운 에메랄드 바다
함덕 해변에 도착하니,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덕의 바닷물은 특유의 에메랄드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날씨가 맑았다면 더 눈부셨겠지만, 오히려 회색빛 구름 아래 차분하게 가라앉은 초록빛 파도가 묘하게 아름다웠다.




해변으로 내려서자 의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비가 온 뒤라 한산할 줄 알았건만, 이미 몇몇 용감한 관광객들이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수영복 차림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그 모습이 어찌나 자유로워 보이던지. 모래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파도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커플들 비 온 뒤의 해변에도 여행의 온기는 그대로였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그 장면들을 담았다. 파도에 발을 적시며 웃는 사람들, 모래 위에 찍힌 발자국들, 그리고 저 멀리 흰 거품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 함덕의 바다는 날씨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해변가 곳곳에는 함덕을 상징하는 얼룩무늬 기둥들이 서 있었고, 한쪽에는 어민들의 삶을 담은 청동 군상 조각이 빗물에 젖어 더 진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앞에는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이 나란히 있어, 제주의 옛 정취와 현재가 한 프레임에 담기는 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해변 앞 롯데리아에서의 소박한 점심
한참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마침 해변 바로 앞에 롯데리아가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햄버거 세트였지만,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먹는 버거는 어쩐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빗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주차장 너머로 야자수가 흔들리고, 그 뒤로 파도가 일렁이는 풍경을 안주 삼아 먹는 점심. 제주 여행의 소박하고 솔직한 한 장면이었다.


김영비치 우리 둘만의 시간
배를 채우고 잠시 해변을 거닐다가 차를 몰아 김영비치 인근으로 향했다.
함덕보다 조용했다. 아니, 훨씬 더 조용했다. 관광객이 거의 없었고, 그 고요함이 오히려 반가웠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은 여전히 흐렸고, 파도는 여전히 높았다. 거친 파도가 현무암 바위를 때리는 소리만이 해안을 가득 채웠다.
저 멀리 작은 섬 위에 파란 지붕의 정자가 하나 보였다. 이름 모를 그 작은 섬이 회색 바다 한가운데 묵묵히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방파제 끝에는 흰 등대가 서 있었고, 파도는 방파제를 넘어올 듯 치솟았다가 다시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아무도 없는 해안가를 우리 둘이서만 걸었다. 말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파도 소리가 대신 이야기를 해주었고, 바람이 대신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흐린 날의 제주 바다는, 맑은 날과는 또 다른 깊이가 있었다.









여행이란 날씨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날씨 안에서 최선의 하루를 찾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비 온 뒤 구름이 걷히지 않아도 괜찮았다. 함덕의 파도도, 김영의 고요함도, 롯데리아의 버거 한 세트도 모두 우리 부부만의 제주 3일차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창조적이고 유니크한 와인병다육이의 세상사는 이야기
kenny762.tistory.com
'플랜테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5가지 실수와 해결법 (0) | 2026.06.18 |
|---|---|
| 우연히 스며든 초록 동백동산과 한라수목원 (0) | 2026.06.18 |
| 빗속의 지구 속으로 만장굴에서 만난 시간의 흔적 (0) | 2026.06.17 |
| 빛이 머무는 도시 카아과수의 하루 (0) | 2026.06.17 |
| 성산일출봉 두 번의 발걸음 비 속에서도 햇살 아래서도 (0) | 2026.06.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