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병다육이부부의 제주 3박 4일
우동카덴에서 비자림까지, 빗속의 낭만 여행기
보롬왓의 초록빛 물결 속에서 한참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배에서 신호가 왔다. 남편과 나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이제 밥 먹을 시간이야."
목적지는 우동카덴(うどんカデン). 유명 셰프가 이끄는 그 집을 향해 네비를 켜고 제주의 좁은 길을 달렸다.
우동카덴 기다림도 여행의 맛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줄 선 사람들이었다. 대기번호 30번쯤. 잠깐 망설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까?' 그런데 왜일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니 제주 특유의 현무암 담장과 그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초록 풍경이 시선을 붙들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대기인원이 줄어들지도 몰라.'
정말로 그랬다. 빗속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어느새 우리 차례가 성큼 다가왔다. 왈프가 씩씩하게 데스크에서 주문을 넣었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렸다.
드디어 나온 것들 시그니처 우동, 갈치튀김, 양파튀김.



새까만 도자기 그릇 안에 담긴 우동은 그야말로 단아하고 기품 있었다. 투명한 다시마 국물 위로 곱게 빗질한 듯 쌓인 면발, 그 위에 나루토 어묵 한 조각과 산뜻한 허브 한 잎. 눈이 먼저 먹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이 순간을 그냥 넘길 수 없었으니까.
갈치튀김은 제주 바다가 튀겨 나온 것 같았다. 비늘 하나하나가 바삭하게 살아있고, 곁에 나온 소금을 살짝 찍어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맛은 말로 설명하기가 아깝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제주산 은갈치튀김, 광어튀김, 새우튀김, 옥수수 카키아게까지 계절마다 달라지는 재료들이 눈길을 끌었다. 재료 상황에 따라 조기 품절되는 메뉴가 있을 수 있다는 문구가 오히려 이 집의 진심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배부르게, 만족스럽게. 우리는 우동카덴을 나섰다.






비자림 천 년의 숲이 부르는 소리
빗속을 달려 도착한 곳은 비자림(비자나무 숲).
입구에는 이미 우비와 우산으로 가득 찬 관광객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 외벽에 큼지막하게 쓰인 글귀 "자연이 살아있는 천년의 숲, 비자림 탐방로" 를 올려다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엄숙해졌다.
입장권을 끊고 숲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세상이 달라졌다.
비가 와서일까. 나무들이 더욱 짙고 깊었다. 수백 년 묵은 비자나무들이 하늘을 가리며 초록 천장을 만들어냈고, 그 아래 붉은 흙길 위로 빗방울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삼삼오오 숲길을 걸었고, 우비를 입은 사람들은 조금 더 자유롭게 빗속을 걸었다.



이상하게도 비 오는 비자림은 맑은 날보다 더 아름다웠다.
나무줄기마다 초록 이끼가 피어올라 있었고, 공기는 촉촉하고 청량했다. 숲 안쪽 나무 표지판에는 비자(榧子)에 대하여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눈을 밝게 하고 기운을 돋운다는 비자열매, 고혈압 예방과 콜레스테롤 제거에 효능이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시장에서 보기 드물어 고가에 거래된다는 내용까지. 천 년의 세월이 그 나무들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숲은 더 깊어졌다. 양옆으로 도열한 비자나무들이 터널을 만들고, 그 끝으로 안개처럼 흐릿한 빛이 스며들었다. 왈프가 조용히 손을 잡았다.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었다.




비자림 숲은 계속 이어집니다 다음 편에서 이 천 년의 숲 깊숙이 들어간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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