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품 같은 숲, 사려니숲길에서 맞은 비 한두방울
와인병다육이부부의 제주 감성 여행기 · 사려니숲길 계속이어진다.
📍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 삼나무 숲길 15km
🌧 촬영 당일 흐림과 빗한두방울

TikTok · kenny7312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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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사려리숲의 길이 이어지면서 산림욕은 시작된다.
입구에 발을 딛는 순간,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삼나무들이 양쪽으로 도열해 우리를 맞이했다. 빛도, 바람도, 소리도 숲 안으로 들어오면 다른 결을 가졌다. 나무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발밑의 데크가 낮게 울렸다.
"어머니 품속 같다"는 말이 왜 이 숲에 쓰이는지, 걷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나무가 사람을 감싸는 게 아니라, 사람이 나무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숲 속 풍경
삼나무 기둥마다 담긴 이야기들
이끼로 초록빛을 입은 거대한 줄기들, 오래된 옹이 구멍 하나가 마치 눈처럼 우리를 바라보는 나무 밑동, 발밑에는 고사리가 양탄자처럼 깔려 있고, 현무암 돌멩이들엔 이끼가 촘촘히 앉아 있었다.
나무 사이로 목재 데크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길 한쪽에는 통나무들이 열을 지어 누워 쉬고 있었다. 숲이 스스로 정리하는 중이라는 듯, 자연스러웠다.
🌿 사려니숲에는 삼나무 외에도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끼 낀 나무 껍질 위로 빛이 번질 때의 초록빛은, 사진으로는 절반도 담기지 않는다.



사람과 숲
각자의 방식으로 숲을 즐기다
나무 평상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어르신이 있었다. 가방도, 신발도 한쪽에 내려두고, 두 팔을 쭉 뻗은 채로 잠든 듯 누워있는 그 모습이 어떤 산림욕 안내문보다 더 진하게 이 숲의 힘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저 멀리, 한 청년이 드론을 날리고 있었다. 삼나무 우듬지 사이를 비집고 올라가는 드론의 윙- 하는 소리. 저 화면에는 지금 이 숲이 어떻게 찍힐까. 흥미롭고, 또 살짝 부러웠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대신 휴대폰으로 영상을 눌렀다. 작은 화면 속에도 삼나무 향이 담길 것 같았다.




클라이맥스
촬영 버튼을 누르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영상을 담기 시작한 그 순간, 한 망울, 두 망울. 빗방울이 삼나무 잎을 두드렸다. 예고 없이 내리는 제주의 소나기 그것도 이 숲 안에서.
나뭇잎이 빗소리를 받아 낮고 촉촉한 리듬을 만들었다. 데크 위에도 고요하게 점이 찍혔다. 카메라를 거두기도, 계속 들고 있기도 애매한 그 순간이 솔직히 말하면, 여행 내내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비 맞은 숲은 향이 두 배가 된다. 피톤치드인지, 이끼 냄새인지, 흙 냄새인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코로 숨만 쉬어도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숲 안에는 천남성이라는 독성 식물이 자라고 있어요.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열리지만 절대 만지지 마세요. 숲길 곳곳에 경고 안내판이 붙어 있으니 꼭 확인하세요.
무장애 나눔길(데크로드)은 유모차, 휠체어도 이용 가능하고, 한라산 둘레길 숲길센터(Hallatrail Information)에서 지도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미로숲길 구간도 있으니 시간 여유가 된다면 꼭 들러보세요.

마무리
흥미로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고 숲을 빠져나왔다. 다 걷지 못한 길이 남아있다는 건,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음엔 드론도 들고 와야지. 그리고 비 오는 날로 일부러 맞춰도 좋겠다.
사려니숲은 계절마다, 날씨마다, 함께하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와인병다육이부부는 비 내리는 여름 오전의 표정을 봤다. 당신은 어떤 얼굴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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