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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테리어

한림수목원과 이모카세의 맛

by 와인병다육이세상사는이야기 2026.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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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병다육이부부의 제주 3박 4일

한림수목원과 이모카세의 맛

우리 부부는 제주의 서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림수목원에 발을 들이는 순간, 세상이 초록으로 뒤바뀌었다. 분홍빛 야생화들이 카펫처럼 깔린 땅 위로 넓은 잎사귀를 펼친 칸나들이 당당하게 서 있었고, 흰 마거리트 꽃들이 그 사이사이에서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른 오전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스듬히 쏟아지면서 정원 전체가 마치 인상파 화가의 캔버스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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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가득한 연못,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수목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풍경은 더 깊어졌다.

연못에는 수련과 연꽃 잎사귀들이 수면을 가득 덮고 있었고, 그 사이로 하얀 수련 꽃들이 점점이 피어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꽃이 물 위에 떠 있는 건지, 물이 꽃 아래로 흐르는 건지 경계가 흐릿해지는 느낌. 마치 모네의 수련 연작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간 것만 같았다.

연못 가장자리 검은 현무암 위에는 도자기로 만든 귀여운 개구리 조형물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제주의 유머다. 딱딱하고 거친 화산석 위에 빨간 모자를 쓴 귀여운 조형물이라니. 괜히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연못 주변으로는 돌 위에 걸터앉은 인어상, 항아리에서 물을 따르는 여인상이 초록 식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딘가 고요하고, 어딘가 쓸쓸한 아름다움이었다. 그 곁에는 폭포가 시원하게 물을 흘려보내고, 해녀 조각상이 그 앞에서 늠름하게 서 있었다. 제주 여성의 강인함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수목원을 걷는다는 건, 세계를 걷는 것

한림수목원은 참 독특한 곳이다.

야자수와 소철이 서 있는가 하면, 안내판에는 Cortaderia selloana(팜파스그래스)며 Brachychiton(호주병나무)이 적혀 있다. 제주도 안에서 지중해와 남미와 호주를 동시에 만나는 기분. 울퉁불퉁한 검은 현무암 돌담 위로 이국적인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는 모습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낯설고 매혹적인 풍경이었다.

오전 내내 수목원을 천천히 걸었다. 걷다가 멈추고, 사진 찍고, 또 걷고. 둘이 나란히 걷는 그 시간이 사실은 이번 여행의 가장 좋은 장면 중 하나였다.

오후 2시, 허기진 배를 채워준 이모카세

수목원을 나왔을 때는 이미 오후 두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바다를 옆에 끼고 가는 길, 저 멀리 바다 위에 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제주의 바람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풍경이다.

도착한 곳은 제주 서부 해안가에 자리한 '유명 이모카세' 식당.  신선한 해산물로 차려내는 코스 요리 갈끔한 바다술상 간판과 창가에는 유명세프들이 보낸 작은 화분들이 줄지어 있었다. 리본에 적힌 따뜻한 축하 메시지들이 유명세프의 오랜 내공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상이 차려지기 시작하자 눈이 먼저 놀랐다.

큰 채반 위에 하나씩 하나씩 올라오는 음식들. 바삭하게 튀긴 오징어가 한가득 올려진 샐러드, 그 옆으로 싱싱한 회와 함께 초록 와사비가 산처럼 쌓인 접시, 바삭하게 구워진 고등어, 통통한 생선살을 담백하게 쪄낸 흰살 생선, 그리고 테이블 한켠에서는 빨간 국물의 매운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미역국 한 그릇, 잡채 한 접시, 조밥 한 종지까지.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그 맛의 솔직함이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는데, 그냥 맛있었다. 제주 바다에서 바로 온 재료들이 내는 그 담백하고 신선한 맛. 짭조름한 매운탕 국물 한 숟갈에 오전 내내 걸은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이모카세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밥을 먹으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모가 차려주는 밥상 같다. 많고, 정성스럽고, 약간은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여행의 맛

제주 여행을 오래 다녀봤지만, 수목원에서 시작해 해안 이모카세로 마무리하는 하루는 처음이었다.

꽃과 수련과 조각상들 사이를 걷다가, 바다 바람 맞으며 차려진 밥 한 상. 사실 여행이란 이런 게 아닐까. 특별한 무언가를 찾는 게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공간에서 보내는 것.

우리 부부의 제주 3박 4일중 1일차 계속여행은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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